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7시 30분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장이 적힌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아무런 언급 없이 문장이 적힌 사진을 올린 것이지만 이날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이날 오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정 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했습니다. 의원총회 직후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 부의장이)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3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했다"며 "과거 국회 부의장으로 있으면서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전례가 2번 있다. 우리 당헌·당규에는 비대위원장 자격 요건에 대해 제한 규정이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정 부의장은 비대위원장직 수락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원장은 독배라고들 하는데, 독배라서 더 이상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집권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수락하게 됐다"고 수락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해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계속 되는 분열 상황과 갈등 상황을 이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요청한다"며 "최근에 통화는 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는 없다. 23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계파에 치우친 정치인도 아니었고 늘 통합정신을 앞세워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기 대문에 누구라도 대화하는데 장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의장과 이 전 대표의 사이는 '악연'으로 기록됩니다. 두 사람은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행, 공천 문제 등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지난 6월 정 부의장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시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하겠다, 혁신위원회 설치하겠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 혁명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 전 대표를 저격했습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중 우크라이나 의원들로부터 육모방망이 비슷한 걸 선물로 받았는데 코자크 족 지도자가 들고 사용하는 ‘불라바’라는 철퇴라고 설명을 들었다"며 정 부의장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비판했습니다. 정 부의장은 지난 2017년 5월 17일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보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
이후 정 부의장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내일(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정 비대위원장 임명을 최종 의결할 계획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