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 비중 커져…1분위 41.7%·5분위 14.0%
라면값부터 전기·가스 요금 등 줄줄이 인상 예고돼…고물가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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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인 채소류 / 사진=연합뉴스 |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잠시 주춤했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라면을 비롯한 가공 식품들의 가격이 인상된 가운데 택시 요금과 전기·가스 요금 등의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어 서민들의 물가 부담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먹거리 물가란 소비자물가지수를 지출 목적별로 분류했을 때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등 음식서비스 부문별로 지수와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한 값을 말합니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파악한 가구의 소비지출구조를 바탕으로 일정 기간마다 물가 가중치를 조정하는데, 2020년 가중치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지난달의 먹거리 물가 지수는 113.57, 지난해 8월은 104.80이었습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빵과 곡물, 육류, 수산물, 과일, 채소, 과자, 냉동식품 등이 포함된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의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8.0%로 지난해 2월(9.3%) 이후 최고치를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부문에서 높은 상승세를 보인 세부 품목들은 호박(83.2%), 배추(78.0%), 오이(69.2%), 무(56.1%) 등 채소류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자장면과 설렁탕 등 주로 외식 품목으로 구성된 '음식서비스' 부문의 경우 1년 전보다 8.8% 올라 1992년 10월(8.9%)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갈비탕(13.0%), 자장면(12.3%), 김밥(12.2%), 해장국(12.1%), 햄버거(11.6%) 순으로 가격 상승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면 가장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전체 소득에서 먹거리 물가가 높은 지출 비중을 차지하는 서민들입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4만7960원, 외식 등 식사비에 지출한 금액은 14만4442원으로, 월평균 가처분소득(93만9968원)을 고려했을 때 먹거리에 지출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가 26.4%, 식사비가 15.4%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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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거리 물가 추이 / 자료출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
종합하면 먹거리에 관련한 지출 비중만 총 41.7%에 달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체 가구의 먹거리 지출 비중(19.0%)과 비교했을 때 무려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높은 수치입니다. 소득별로 비교했을 때 2분위 가구는 24.6%, 3분위는 21.7%, 4분위는 18.9%, 5분위는 14.0%로, 소득이 낮으면 낮을수록 먹거리 지출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지출 비중을 고려했을 때,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면 더 큰 부담을 받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면 등 가공식품부터 택시요금,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이 예고돼 있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로 꼽히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3% 인상하며, 스낵 주요 제품의 가격도 5.7% 인상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할 예정이며, 거리요금과 시간요금 기준도 올릴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고, 도시가스 요금 역시 함께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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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분기 소득 분위별 월평균 지출 및 소득 / 자료출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주거수도광열에 지출한 금액은 22만2295원으로, 가처분 소득 대비 23.6%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분위는 12.4%, 3분위는 8.0%, 4분위는 7.0%, 5분위는 4.4%로, 역시 소득이 낮을수록 관련 지출 비중은 커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통도 1분위(10.5%), 2분위(7.7%), 3분위(9.5%), 4분위(9.2%), 5분위(7.4%)로 대체로 소득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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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분기 소득 분위별 월평균 지출 및 소득 / 자료출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
이처럼 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나 내려오긴 했지만 당분간은 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뒤 가진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7월 3.9%→8월 4.0%)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낮춰 살림 운영을 어렵게 하는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당분간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