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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MBN과 인터뷰하는 모습. 이날 지 의원은 북한의 상황, 탈북민들의 삶 등에 대해 설명했다. / 사진 = MBN |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실에는 탈북민 출신 작가의 ‘꽃제비’ 작품과 북한에 억류됐다 결국 사망한 미국인 웜비어 씨 가족이 선물한 넥타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탈북민 꽃제비’ 출신인 지 의원의 정체성과 정치적 신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험난했던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 열차 사고로 왼팔과 왼다리를 잃은 지 의원은 지난 2006년 목발을 짚고 탈북해 귀순했습니다. 탈북 14년 만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 지 의원과 현재 북한의 상황과 탈북민들의 삶, 정치 현안까지 다양한 애기를 나눠봤습니다.>
Q. 의원실에 ‘북한이탈주민 권익센터’ 현판이 걸렸습니다. 의원실 체제 개편 소식을 들었는데, 센터와 관련한 소개를 좀 해주시죠?
지성호 의원(이하 지 의원) :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행복한 삶만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서 겪는 것과는 또 다른 인권 문제나 권익 손상이 많은데, 대부분 ‘긴급 생계 급여 제도’ 등 본인에게 필요한 제도를 몰라서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이런 분들을 돕기 위해서 의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의원실 체제를 ‘북한이탈주민 권익센터’로 전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여러 건의 민원을 접수 받았는데 해당 부처에 연결 시켜서 해결하도록 노려하고 있습니다.
Q. 역대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북한에 있을 때부터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계층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이 지 의원의 의정 생활에도 도움이 되겠죠?
지 의원 : 제 고향이 함경북도 회령인데, 탄광촌이 있는 매우 추운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쓰레기를 먹고, 열차에서 석탄 훔치다 팔다리도 잘리는 등 어려운 생활을 이어오다가 탈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북한 최하층 사람의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북한의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북한 소외계층이었던 제가 목숨을 걸고 탈북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된 것 자체가 북한에는 큰 충격이죠. 이미 북한 전역에 소문이 났는데, 앞으로 북한 교육부 등에서 아무리 ‘남한이 나쁘다’고 교육해봤자 사람들은 제대로 듣지 않을 겁니다. 제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 자체가 자유 민주주의의 큰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Q. 국제인권운동가, 탈북민 등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에 ‘최적화’된 경력을 두고 후반기 상임위를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겼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나요?
지 의원 : 사실 저에게는 외통위 활동이 가장 쉽습니다. 2년 동안 외통위에 있으면서 탈북민 권익센터도 만들고, 윤석열 대통령 국정 과제에 탈북민 관련 법률 지원 등 관련 조항 넣는 등 많은 일을 했습니다. 탈북민들을 모아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적 약자, 탈북민, 장애인 등 모든 소외계층이 삶의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상임위를 환노위로 옮기게 됐습니다. 탈북민 대표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 특히 소외 계측에 대한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려고 합니다.
국민의힘 최연소 의원이자 ‘MZ 세대’에 속하는 지 의원은 “정부 여당이 꾸준히 청년 정책을 내고, 직접 청년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청년들을 향해서는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주체로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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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최근 청년층이 여론 주도층으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MBN |
Q. 국민의힘 최연소 의원이자 청년 정치인으로서 의정 활동에 어려웠던 점도 많았겠죠?
지 의원 : 당 내에 또래 정치인이 부족하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제가 나이도 어리고 북한 꽃제비 출신인데도, 친동생처럼 예뻐해주십니다(웃음). 저는 똑똑해서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닙니다. 성실함과 정직함으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되고 나서 인사도 잘 했고, 제 안에 순수성도 보이니 다들 많이 도와주십니다.
Q. 최근 총선, 지선, 대선을 치르면서 청년층이 여론 주도층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러 청년 정책을 약속했는데,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지 의원 : 북한에서 넘어와서 가장 충격 받은 게 부동산 가격 급등입니다. 아마 정치에 관심 없던 청년들도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면서 정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부모 수당’ 등의 정책이 국정 과제로 들어갔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 후보 시절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새 지도부가 꾸준히 청년 정책을 내고, 직접 청년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청년들도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주체로서 먼저 (정치 현안에 대해)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성호 의원은 공석이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신화 대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진작 임명됐어야 하는 자리”라며 “재단 이사 자리가 5년 간 공석이었던 이유는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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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2월 2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였던 지성호 의원(왼쪽) 등 탈북자 8명을 백악관 집무실에 초대해 북한 인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날 지 의원은 해외 국가원수들이 앉는 트럼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 로이터 = 연합뉴스 |
Q. 재단 이사 자리가 문재인 정부 5년간 공석으로 방치됐었던 데 대해 자주 비판의 목소리를 내셨죠? 이유가 어디에 있었다고 보시나요?
지 의원 : 국민의힘은 이사를 추천하는데, 민주당에서 안 하는 겁니다. 북한을 자극해서 위험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북한 입장에서는 싫죠. 그런데 사실 북한이 싫어하는 게 가장 필요한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싫어하는 게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한미 연합훈련인데, 대북 정책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 아닙니까. 언젠가 통일이 될 텐데, 북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회가 북한 인권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다 보고 있을 겁니다. 북한인권재단 자체가 역사적 자료죠. 민주주의를 외친 586 분들이 왜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민주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합니다.
지성호 의원은 북한에도 ‘MZ세대’가 있다며 북한에서는 ‘장마당 세대’로 부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 의원은 ‘장마당 세대’가 통일에 가까워지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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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북한의 ‘MZ세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성호 의원 뒤편에는 탈북민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다. / 사진 = MBN |
Q. 북한도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사회적인 변화가 앞당겨지고 있다죠?
지 의원 : ‘장마당 세대’라고 있습니다. 수령이 배급 해주는 것을 받아먹는 세대가 아니라 직접 ‘장’에 나가서 해결하는 세대입니다. 사전에는 90년대 이후에 출생한 세대라고 나와 있는데, 사실상 80년대생부터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북한(지도부)은 이 ‘장마당 세대’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이전에는 국가와 수령에 충성했다면 ‘장마당 세대’는 본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족’, ‘돈’ 이런 것들에 충성을 하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사상이 ‘자본주의’로 넘어가고 있는 건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욕구도 강해서 남한 노래를 부르고, 서울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Q. 대한민국의 ‘MZ세대’가 그런 것처럼 ‘장마당 세대’가 통일에 가까워지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시나요?
지 의원 : 그렇다고 봅니다. 사실 북한 민심이 통일하기를 원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규제가 조금이라도 풀려서 돈을 더 잘 벌게 되고, 밥을 더 잘 먹게 되고, 더 멀리 진출하게 되고, 이런 것들을 바라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그들을 옭매고 있는 규제들이 다 풀릴 것 아닙니까? 통일을 싫어하는 건 북한 고위층이죠. 정당한 선거를 통해서 국회의원이 될 자신감이 없나 봅니다.
지성호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라며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 의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의원들이 봉사의 자리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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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앞으로 국민의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MBN |
Q. 다른 현안도 여쭙겠습니다. 요즘 국민의힘이 굉장히 소란스럽습니다. 당의 활로, 어떻게 찾아야 한다고 보시나요?
지 의원 : 정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입니다. ‘국민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봉사를 하고,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등 정부와 여당이 함께해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의원들이 앞으로 봉사의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당이 정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봉사 자리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으로, 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지 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북한은 사실 남한에서 직접 지원하는 걸 싫어합니다. 남한 제품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북한이 남한의 지원에 대해 방어적으로 나올 확률이 큰데, 저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무작정 ‘지원해준다’, ‘안 해준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말고, 북한에서 먼저 입장을 밝힐 때까지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는 그런 걸 두고 ‘길들이기’라고 하는데, 우리도 북한에 대해 뭔가 학습을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지 의원은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정치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 의원은 자신과 같은 탈북민과 모든 소외계층에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Q. 20대 국회 후반기,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할 부분이 있다면?
지 의원 : 청년과 관련된 활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모 수당’을 예시로 들면, 한 달에 100만 원씩 1년 동안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사실 1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청년들은 사회 초년생이거나 (경제적으로)부족한 상황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때 100만 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값진 돈이 될 겁니다.
Q.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만큼 2024년 총선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인데요?
지 의원 : 지역구를 정해 2024년 총선에 나갈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언젠가는 출마를 결심할 때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정치를 더 배울 때인 것 같습니다. 환노위에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활동 등을 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자신이 서면 지역을 정하고 정식으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지 의원: 자유와 희망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jy1748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