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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 관련기사 갈무리. |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러시아에서 벌어진 사건이나 현지 정부발표 등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였다. 그러나 이번처럼 현지 전문가의 정세분석을 보도하며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9일 조선중앙통신은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원 동방학연구소 조선(한국)·몽골과장은 타스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국과 남조선(한국) 괴뢰들이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고의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는데 대해 까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보론초프 과장이 "현재 미국과 남조선(한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평양이 하루빨리 핵시험을 진행하기를 그들(한미)이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보론초프 과장은 한미가 급진적인 대북 압박 기조를 변명할 구실을 찾기 위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평양은 대응조치로 그러한 행동(핵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고 기대하는 시기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며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더라도 한미 집권세력에게 정치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기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보도는 외형적으로 북한이 러시아인 전문가의 '입'을 빌려 7차 핵실험과 한미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의 일반적이 주장이 아닌 '해외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미를 압박하며 양국의 대북 기조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과 알렉산드를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일부 한국 반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판 입장을 낸 것도 관영매체에 비중있게 보도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현재 북한이 자신들의 정세 인식을 '러시아'라는 입을 빌려서 일정 부분 객관화시키고 주목도도 높이려는 방법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실장은 "북한이 메시지 전달 방식을 다변화하고 러시아와 대외적인 공동전선상 이익을 공유하며 협력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역학관계를 활용해 중·러의 지지와 후견 역할을 이끌어내는 외교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날 보도를 통해 러시아인 전문가의 발언을 통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핵실험을 위협하지 않고 '한미가 북한을 핵실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외부의 평가를 소개하며 주장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행보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북한은 '언제든 핵실험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토대로 직접적인 핵실험 언급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조중훈 통일부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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