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 정지 신청이 기각 이유는…"채무자 선정 잘못"
"당 내 '비상상황'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ARS 투표는 무효 아냐"
"대표 권한 상실,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해"
↑ 국민의힘 주호영 비생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 사진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습니다. 형식상으로는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취지를 사실상 다 받아들인 것으로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황정수)는 2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각하했습니다. 다만,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은 정지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전 대표는 ▲ 사퇴 의사를 표명한 일부 최고위원들이 참여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한 8월 2일자 최고위원회 ▲ 당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보는 당헌 유권해석 등을 의결한 8월 5일자 상임전국위원회 ▲ ARS(자동응답전화) 표결 방식으로 당헌 개정안과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한 8월 9일자 전국위원회 등 3개 회의에 대한 효력정지와 주 위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한 바 있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채권자에게 발생한 당 대표 지위 및 권한 상실이라는 손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를 발령하여 달라는 것"입니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 해당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 있어서는 채권자와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채무자로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효력정지 처분을 내려달라고 한 3개 회의의 의결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의 절차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무자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채권자와 저촉되는 지위에 있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돼야 한다고 법원은 설명했습니다.
채무자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전국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비상상황이 발생해야 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는 의무가 아닌 선택입니다.
비대위가 설치되는 경우,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 요건인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되야 합니다. 따라서 '비상상황'은 대표나 최고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뜻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받은 징계는 '당 대표 권한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 대표 궐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어 당 대표 직무 수행에 아무런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 경우에도 최고위원 중 일부가 사퇴하더라도 남은 최고위원들로 최고위원회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고위 기능이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민의힘 측은 사퇴서 제출로 사퇴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따라 최고위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상상황을 선언한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까지 사퇴서를 제출한 최고위원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정원(9명)의 과반수인 5명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최고위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또한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로 앞으로 있을 최고위원회의가 정원 9명의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당헌 제19조 제1항에 따르면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국위원회에서 1명만 선출하면 '과반수 부족' 문제는 해소될 수 있는 겁니다.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당 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단 한 명이라도 선출하면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국민의힘 당헌 제20조 제1항에는 '전국위원회는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 혹은 최고위원회의 의결 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소집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난 8월 9일에 있었던 전국위원회 소집은 이번 사건의 상임전국위 의결과 최고위 의결에 따라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이 전 대표 측 주장처럼 최고위원회 의결에 하자가 있더라도, 이번 상임전국위원회는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것이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효인 최고위원회 의결에 의해 상정됐다고 당헌이나 당규에 상임전국위원회 회의 안건을 제한하는 규정은 별도로 없습니다.
법원은 전국위에서 실시한 ARS 투표도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당법 제32조 제1항은 '대의기관의 결의와 소속 국회의원의 제명에 관한 결의는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하여 의결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정당의 결의에 있어서 서면에 의한 결의 또는 대리인에 의한 결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RS는 통화자가 휴대전화를 통해서 직접 안건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면에 의한 결의 또는 대리인에 의한 결의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법원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때도 ARS 전화 투표 방식이 사용됐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의 소집이 무효는 아니지만 의결로 당 대표나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하지만 당헌 개정 부분은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전국위원회는 당원 중 1,000명 이내, 상임전국위원회는 50인 이내로 구성되어 10,000인 이내로 구성되는 전당대회에 비하여 민주적 정당성이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십만 당원과 일반국민에 의하여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의 의결로 상실시키는 것은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당헌 제23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상임전국위원회는 당헌 유권해석 권한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상임전국위의 해석을 적용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는 하지만, 그 효력에 있어서 해석이 필요하다고 법원은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상임전국위원회는 이 사건 상임전국위 의결로 최고위원회의 기능상실이나 비상상황의 의미에 대한 정의나 설명 없이 당 대표 사고와 최고위원 사퇴가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이는 해석이 아닌 적용에 관한 의견에 불과하고, 그 전제에 해당하는 해석이 없어 그 효력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임전국위가 비상상황을 결정했고, 이후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설치를 전제로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의결을 했습니다. 이는 '유권해석'만 갖고 있는 상임전국위가 당헌 제96조 해석뿐만 아니라 비대위 설치까지 결정한 결과가 됐다는 겁니다.
법원은 "당헌 제96조에 비대위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를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100인 이내로 구성되는 상임전국위에 결정권이 없음은 분명하므로, 상임전국위의 권한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당헌에도 반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전국위 의결 중 당헌 개정 부분에 대해서는 ▲당 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있는 이상 당 대표 직무대행도 위 권한을 행사할 지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당 대표 사고 기간 중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 등 사유로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당 대표 직무대행에게 비상대책위원장 임명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헌이나 정당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에 채무자 선정이 잘못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각하되고,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집무집행을 정지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