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이라는 한중관계지만 수교 체결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주변국들의 반발을 뚫고 수교를 체결하기 위해 양국 외교관들은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밀실협상을 이어갔는데요.
강영호 기자가 수교 협상 당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기자 】
한중 수교 협상은 '북방외교'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노태우 정부 의지와 톈안먼 사태 이후 계속된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겠다는 중국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습니다.
협상이 공개되면 북한과 대만은 들고 일어날 게 뻔했습니다.
그래서 협상은 극비리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실무교섭대표를 맡은 권병현 전 주중대사는 아내에게 행선지조차 밝힐 수 없었습니다.
▶ 인터뷰 : 권병현 / 전 주중대사
- "집사람한테도 얘기 못 했죠. '더운 지방 가느냐 추운 지방 가느냐?' 그것도 내가 묵비권 행사했어요."
양국을 오가는 밀실협상 속에 수교는 불과 넉 달 만에 이뤄졌지만 그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라는 중국 측 요구와 대만과의 특수 관계를 유지한다는 우리 측 입장이 충돌했는데, 실마리를 푼 건 다름 아닌 중국의 전통술 '마오타이주'였습니다.
▶ 인터뷰 : 권병현 / 전 주중대사
- "자정이 넘을 때까지 마오타이를 다 먹고 중국 대표단을 불러가지고 마오타이를 좀 더 보내줄 수 있느냐. 거기서 또 상당히 허심탄회한 자리가…."
▶ 스탠딩 : 강영호 / 기자
- "각고의 노력 끝에 체결된 수교지만, 오늘날 양국 관계는 위기라는 평가가 잇따릅니다. 30년 전 주역이었던 원로 외교관은 목 마를 때 물을 건넨 이웃을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음수사원'을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 인터뷰 : 권병현 / 전 주중대사
- "이웃관계라는 것은 100% 좋을 수는 없어요. 음수사원, 마시고 난 뒤에는 그 우물을 누가 팠지, 그 우물의 근원이 어디지 하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게…."
MBN뉴스 강영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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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안석준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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