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당에 대한 애정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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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선거 국면이 끝난 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간판 구실을 했던 이준석 전 당대표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힘을 잃고 변방으로 밀려나며 선거기간 특정 성별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된 '코 푼 휴지'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청년정치'를 앞세워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모두 정치권이 '혁신'을 꾀하고자 할때 내쳐졌습니다. 공천제도 개혁 등 구태로부터 당을 탈바꿈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띄운 이 전 대표도, 두 달 전 국회를 먼저 나온 박 전 비대위원장도 전당대회에 출마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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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 전 대표와 박 전 비대위원장은 특정 유권자 집단을 기반으로 지지연합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동시에, 그들이 추락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2020년 기준 출생연도별 성비를 보면 1984년생까지만 해도 여자 100명당 남자 104.7명이지만, 1989년생은 남자 111.4명, 1994년생은 116.2명으로 뜁니다. 2000~2005년생의 평균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 108.1명입니다.
경제구조가 변화하고 여성 교육 기회 확대로 젊은 남성이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현 시대 2030 남성들이 아버지 세대와 같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남성성'을 거부하면서 '이대남'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낡은 의무를 강요하는 사회를 겨냥한 분노 표출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 전 대표는 이를 영리하게 활용해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 이후 미국에서 공화당의 지지세력으로서 농촌지역 백인 중장년 남성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처럼, 한국의 청년 남성들은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72.5%의 지지를 보내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고,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 당시 몰아붙였던 '안티 페미니스트' 구호에 열광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그렇게 이준석은 당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대남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군복무'나 '여성가족부'와 같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내적 응집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유권자 집단과의 확장성도 떨어집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제도나 예산을 없애는 데 열중하기 때문에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국민의힘에는 이 전 대표가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에는 박 전 비대위원장이 있습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기성세대에 견주어 보았을 때 젠더의식이 강하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민감한 이대녀들이 주된 지지층입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대표 경력이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의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마경희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019년 발표한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에 따르면, 19~34살과 35~59살 여성에게 각각 범죄 유형별로 불안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물었을 때 '불법촬영'은 청년세대(60.4%)가 기성세대(33.5%)와 비교해 1.8배, '살인·폭력·강간'은 1.76배(청년세대 53.4%, 기성세대 30.3%) 더 불안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기에 박 전 비대위원장은 당 쇄신을 주도했으며, 변치 않는 내로남불과 반복되는 성범죄,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를 없애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녀는 이대남과 다르게 빠르게 밀집되고 정보를 교류하는 성향이 있어 이재명 의원이 대통령 후보였을 당시 '개딸'이라는 이름으로 다소 과격하게 선거운동을 돕는 등, 팬덤 정치를 극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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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당시는 후보)이 지난 6월 18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각각 다른 성별을 지지층으로 삼았다는 것은 다르지만, 그들이 모두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기성정치에서 내몰리며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된 양상입니다.
정권 교체를 이뤄낸 당 대표가 성과를 인정받고 추앙받기도 전에 대표직을 박탈당하는 불명예를 겪은 사건은 정당사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당 안팎에서 당을 위해 헌신한 젊은 당 대표를 '토사구팽'하는 상황은 당의 변화를 바랐던 청년 당원뿐 아니라 기성 당원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평가를 받는것이 사실입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눈물의 작심 회견'에서 '여야를 떠나 청년이 정치권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듣고 싶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하"라는 외마디와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의 눈물이 대답을 대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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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표 의원실에서 수거한 대자보. / 사진=홍영표 의원실 제공 |
박 전 비대위원장 또한 '짤짤이 논란', 당내 성비위 논란 등 많은 문제를 공론화하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들을 사람들의 눈 앞에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돌아온 것은 따가운 눈총이었고, 결국 그는 당대표의 꿈을 접고 돌아서는 길목에서 "하루에도 5~6번씩 많은 의원들께서 전화를 하신다"며 "혁신하기 위해 왔지만 결론은 혁신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당을 향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 전 대표는 13일 눈물의 회담을 가진 뒤, 곧장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가입하기 좋은 토요일 저녁"이라며 "그들이 유튜브에 돈을 쏠 때, 우린 당원이 되어 미래를 준비합시다"라고 당원 가입을 독려했습니다. 당 대표직에서 '해임'을 당할 위험에 처했음에도 당원 가입 운동을 이어나간 것입니다.
박 전 비대위원장 또한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을) 사랑하지만 바꾸고 싶은 곳이다. 그렇기에 제가 계속 있어야 할 곳"이라며 탈당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청년층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갤럽 공동)에서 청년들은 여성이나 남성 모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성은 성공에 대한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생계부양자로서 부담을 훨씬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닌 경제적·사회적·정신적 부담을 줄이고 남녀 모두 경제적 부양과 돌봄의 책임을 이행하는 사회가 성평등 운동이 지향하는 사회입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스스로 청년 정치인을 자부하는 사람들 중 청년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내치는 것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