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홍보물에 일가족 사망 사고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모습이 담겨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망자가 3명이나 발생한 현장 사진으로 홍보물을 제작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죄송하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지난 9일 40대 발달장애인 여성 A씨 일가족 3명은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침수된 반지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현관문 밖에 물이 가득 차 수압으로 인해 문을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과 함께 살던 A씨 모친은 침수 당시 외부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 화를 피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노란색 민방위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반지하방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 오 시장, 최 본부장 등에게 "사고가 몇 시에 일어났나", "모녀 중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셨나" 등의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후 흙탕물로 가득 차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시 포착된 윤 대통령의 모습으로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반지하 주택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윤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윤 대통령이 집중호우 침수 피해지역 현장 점검에 나섰음을 강조하며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다. 신속한 복구, 피해 지원과 아울러 주거 취약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확실한 주거 안전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해당 홍보물은 대통령실 공식 SNS에 업로드됐습니다.
그러자 사망자 3명이 발생한 현장 사진을 홍보용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추모를 했어야 하는 공간의 의미가 변질됐다는 겁니다.
특히 야권에서는 "소름이 끼친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전문가를 안 쓰면 진지해 보이지 않고, 진지해 보이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신뢰가 가지 않으면 똑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참극의 신림동 반지하방 현장에서 찍어 올린 대통령실 홍보 사진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바로 그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익사했다.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해당 게시물을 SNS에서 삭제 처리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0일 취재진을 만나 "참사 현장이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담당 팀에 연락해 내리는 방안 등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