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서비스' 대북 메시지 대신 정책 일관성 필요
대국민 메시지엔 비판 수용, 야당과 협치 노력 담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대형 이벤트를 치르게 된다. 오는 15일 예정된 8·15 경축사다. 윤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30% 아래로 떨어진 시점에서 나오는 첫 대외, 대국민 메시지라는 점에서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8·15 경축사 이틀 뒤에는 취임 100일을 맞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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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15 기념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군함도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이인우 할아버지. |
역대 대통령의 첫 8·15 경축사는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외, 대북 정책의 방향이 담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8·15 경축사에서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경제개발 적극 지원을 발표했다. 지지자들에게는 호응을 샀지만 당시 야권으로부터 “한미 동맹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과 함께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예상과 달리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직시해 줄 것을 요구하며 대일 강경 노선을 예고했고 실제 한일 관계는 역시 경색 국면으로 전환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이번 8·15 경축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 8·15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우선 대일 메시지가 관심이다.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지만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정서적인 반감이 깔려 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보수정권보다는 진보정권에서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기반을 다지는 데 노력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친일’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하는 현실에서, 보수 정권이 적극적인 대일 유화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5년 문재인 정부가 ‘토착 왜구’ 친일 프레임으로 국민을 선동, 갈라치기하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한일 관계로 몰아간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당시 일본 아베 정부의 대한국 강경책도 문제였지만, 이를 빌미로 반일 정서를 국내 정치용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은 반성할 일이다.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낮은 국정지지도를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일 유화 정책이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8·15 경축사 역시 강경 메시지가 포함되겠지만, 정치적 수사와 달리 한일 관계의 발전과 개선을 위한 물밑 교감 확대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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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
다음은 대북 메시지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지속돼 온 남북 관계 경색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악화됐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정권의 위험한 시도는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군대는 전멸할 것”이라고 겁박하기도 했다. 이런 호전적 메시지를 내 놓은 게 현재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북핵 문제는 이미 남북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안보 이슈가 된지 오래다. 이런 이유로 북핵 문제는 국제 정세와 공감대에 반하는 독자 정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 메시지는 이런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 정서에 기반한 내용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남북관계 개선이나 여론을 의식한 ‘립 서비스’가 돼선 안 된다. 대북 정책에 대한 역대 우리 정부의 일관성 부족이 오히려 북한의 협상력만 키웠다는 평가를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국민 메시지다. 윤 대통령이 현재 국내 정치 문제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얼마나 국민에게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진솔한 자세로 현재의 국정 상황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야당과의 대화를 비롯한 협치 노력과 앞으로 밀려올 수 있는 경제적 위기 파고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포함돼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집권 후 한 번도 야당 의원들을 만나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국회와 더 긴밀히 대화하고 협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이를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다단하고, 국내 정치 상황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유가로 요약되는 ‘3고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민생 환경 역시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8·15 경축사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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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명 칼빈대 부총장 |
[ 전지명 칼빈대 부총장,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