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가 논란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 :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권성동 대표 대행 :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징계를 받는 중인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본심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포용할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특히나 우려되는 대목은 '대통령 뜻을 받들어 하나 되겠다'는 권 대행의 다짐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는 뜻이라면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한국의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 그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강한 중력과 압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국 백악관도 다르지 않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은 책 '와이저(Wiser)'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의심을 잠재우고 단일 대오를 결성해야 한다는 유혹을 받는다.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기를 싫어한 나머지 이견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대통령의 관점에 도전하기를 꺼리게 된다. 일부 참모들은 대통령이 들으면 행복해할 말만 하게 된다."
이로 인한 문제는 분명하다. 의사 결정의 품질이 낮아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결집력이 강한 작은 집단의 구성원들은 중요한 사고와 현실 검증을 방해하는 많은 착각과 관련 규정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단결력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집단은 그 단일대오에 부합하는 온갖 착각을 만들어내고는 이를 진실로 믿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가 그런 예다. 침공 계획은 이미 뉴욕타임스에 1면 기사로 보도됐다. 이 정도면 작전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게 옳을 텐데 미국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생각의 단일대오를 형성한 백악관 참모들은 작전이 성공할 거라는 착각을 만들어냈다.
단일대오를 형성한 집단은 만장일치가 쉽게 이뤄지지만 이는 의사결정이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정치학자 필립 E. 테틀록은 '슈퍼 예측, 그들은 어떻게 미래를 보았는가'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단결이 잘 되는 집단은 어떤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편한 사실과 마주하기를 꺼린다. 이러한 이유로 만장일치가 쉽게 이루어지며 만장일치가 되어야 그들은 안심한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 집단의 선택이 옳다는 증거라고 여
"대통령 뜻을 받들어 하나 된다"라는 말은 대통령 귀에는 좋게 들리겠으나, 실제로 대통령의 올바른 국정 운영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내부 총질'이라고 할 정도의 이견이 나오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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