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과 대니얼 길버트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차이점으로 '넥스팅(Nexting), 즉 미래를 전망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을 꼽았다. 인간이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된 건 전망의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현세 인류의 이름은 '전망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프로스펙투스'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역시 '호모 프로스펙투스'의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넥스팅, 즉 전망하고 시뮬레이션해 보니, 별로라고 느낀 국민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긍정 평가는 30% 대인 반면 부정적 평가는 50%를 넘어섰다. 호모 프로스펙투스의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면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의 여러 여론조사에 드러났듯이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시켜 줄 걸로 기대했다. 유권자들은 윤 정부가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미래를 넥스팅한다.
이 같은 넥스팅은 유권자들의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여기에는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상사의 폭언에 '불쾌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다면, 그 상사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서 그 상사를 피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넥스팅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인사에 실망했다는 유권자들이 여럿이다. 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장관을 비롯한 요직 인사가 특정 지역과 학교에 편중되고, 대통령의 지인이 요직에 기용되며, 음주 운전과 성희롱 전력이 있는 인사가 장관 후보에 지명됐다. 이런 인사에 유권자들이 느낀 실망과 좌절은 윤석열 정부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넥스팅하는데 활용됐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국민 통합에서 멀어진 미래를 전망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은 경제 위기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는 급등했다. 반면 주가와 원화값은 하락했다.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거라고 전망하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그 정반대 신호가 잡힌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과 가깝다고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세력과 이준석 당 대표 간에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도 경제난 극복이 어려운 상황인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시민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넥스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전 정부에 대한 사정 역시 유권자들의 넥스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 사정 작업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탈원전에 집중되고 있는데, 현 정부는 대선 중에 이미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원전은 추가로 짓겠다고 공약도 했다. 이는 이미 유권자들의 넥스팅에 반영돼 있다. 사정으로 그 넥스팅이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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