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보수관리법 체계 정비하자는 것"
검사보수법 폐지안, 의원발의 전 동료 의원들 동의 받는 단계
"급수 낮아지고 보수
↑ 검찰 / 사진 = 매일경제 |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하는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폐지안이 입법 이후에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최 의원이 과거 군 법무관 시절 헌법재판소에 냈던 소송과 최근 추진 중인 법률안의 취지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 = 연합뉴스 |
최강욱 의원실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과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폐지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권에 이어 월급 규정도 박탈?..최강욱 ‘검월완박’ 입법 추진"이라는 제하의 MBN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는 검찰청법과 정부조직법에 의해 명백한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라며 "검사의 보수에 관한 사항만 따로 법률로 규정할 이유나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관리되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법조일원화 정책 추진에 따라 법관과 검사의 임용조건이 달라져 이러한 기준을 유지해야 할 명분이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검사만 여타 행정부 소속 공무원과 다른 징계제도와 보수제도를 운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또 검찰 월급 완전 박탈, 즉 '검월완박'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개정안은 검사의 월급을 삭감하거나 조정하는 법안이 아니다. 박탈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말"이라며 "의원실에서 준비한 개정안은 행정부 공무원 중 유일하게 별도의 법률로 관리하고 있는 검사의 보수를 행정부 법 체계로 편입하여 행정부 공무원의 보수관리법 체계를 정비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과거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예비 법조인 가운데 사법연수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인재를 판사로 임용하고 그 외에는 지망에 따라 검사로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로스쿨제도 도입 뒤에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10년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며 경력을 쌓은 사람만 판사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법관임용심사위원회 위원과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하창우 변호사는 최 의원실에서 추진하는 검사보수법 폐지안과 관련해 "공무원 보수체계 시행령에 검사의 보수규정을 편입시키면 보수는 깎을 수밖에 없고 급수도 낮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정안의 취지는 검사 처우를 건드리자는 것이 아니라 법체계를 정비하자는 것'이라는 설명에 대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검사의 보수체계를 일반 행정공무원과 맞추겠다는 것은 급수를 낮추겠다는 것이고 급수가 낮아지면 자연히 보수가 낮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 의원실 측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특정직 공무원인 검사의 보수체계가 일반직 공무원의 보수체계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경찰, 군인 등과 같이 별도의 보수체계로 관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과 소방공무원, 교원, 군인, 헌법연구관 등 특정직공무원의 보수도 '공무원 보수규정'에서 관리되고 있으나 일반공무원의 보수체계를 적용해 '삭감'되지 않을 뿐더러 아주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개정안의 취지는 (검사의) 처우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법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라며 "행정부 공무원의 보수 관련 법체계의 일원화를 통해 형평성을 제고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과거 군법무관일 당시에는 법관과 판사의 보수에 준한 급여를 요구하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근거로 삼았던 검사 보수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배경에 대한 답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종전에 군법무관의 경우 보수체계가 낮게 돼 있어서 평등하지 않다고 해서 판사나 검사 수준으로 같이 주라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서 지금은 군법무관 보수가 판검사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검사를 행정공무원 보수규정으로 편입하면 보수체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헌재에 법률 위헌을 구한다든지 하면 헌재에서는 받아주기 쉽다"고 밝혔습니다.
↑ 고등군사법정. 자료 이미지. / 사진 = 연합뉴스 |
하 변호사가 말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과거 최강욱 의원이 군법무관으로 일할 때 청구했던 것입니다. 최 의원은 군법무관으로 일하던 20년 전 무렵, 법관이나 검사에 준해 보수를 정한다는 군법무관임용법 규정을 들어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1년 10월 15일, 최 의원을 비롯한 4인은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는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는데, 대통령이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아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년 뒤인 2004년 2월 '2001헌마718' 판결을 통해 "법률이 군법무관의 보수를 판사, 검사의 예에 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면, 이는 군법무관의 보수의 내용을 법률로써 일차적으로 형성한 것이고,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이라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법률의 명시적 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당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아 그러한 보수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 그러한 입법부작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습니다.
군법무관임용법에서 보수를 법관과 검사의 예에 준해서 주도록 한 규정은 지난 1967년에 제정됐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으로 임용된 이들이 의무복무기간 3년을 마치고 전부 전역하면서 군인력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 법관이나 검사와 같은 자격을 갖췄음에도 보수나 처우가 일반 현역군인과 동일하다면 이는 상대적 불이익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최 의원 등 4인의 헌법소원 이후 실제로 군법무관의 처우가 개선되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2008년 '2006헌마170' 판결에 따르면 정부는 헌재 판결 뒤 군법무관의 봉급과 관련해 별도의 군법무관수당을 신설합니다. 2006년 기준으로 당시 동일한 연차의 법관 등과 비교할 때 82.53%~95.81% 해당하는 수준으로 "법관 등의 '예에 준'하는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헌재는 판단했습니다.
종합하자면 군법무관이 법관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아 법관이나 검사에 준하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애초 문제는 군법무관임용법에서 일찌감치 법관 수준의 처우를 해주라고 규정돼 있었는데, 행정부에서 시행령을 만들지 않은
최 의원 측은 또 "공무원 보수규정은 시행령이다. 국회의원은 시행령을 건드릴 수 없다"면서 "검사보수법 폐지안으로 검사의 처우나 월급을 건드리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검사보수법 폐지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의안발의 전 동료 의원들의 동의를 받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