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니 말 바꾼 해경·국방부…"자진 월북 입증 불가"

2년 전 해경 "실종자, 도박과 채무로 공황상태…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
도박 기간·횟수·채무금액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 있어
해경, 공무원 피격한 북한군 수사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에 대해 고인의 월북 시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6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 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공무원 A 씨(사망 당시 47세)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해양 경찰은 2020년 9월 21일 서울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후 실종자 수색과 동시에 수사를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국방부 발표 등에 근거해서 피격 공무원을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의도를 인정할 만한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 / 사진 = 연합뉴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브리핑장에 나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내용과 항소 취하 결정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윤 과장은 "국방부는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고, 2020년 9월 24일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같은 날 입장문 발표 후 진행한 기자단 대상 질의응답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면서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9월 25일 대남 통지문을 통해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고,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틀 후인 2020년 9월 27일 국방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고,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방부의 분석 결과와 북한의 주장에 차이가 있어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남북 공동 재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해경의 수사 종결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으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 2년 전인 2020년 10월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 발표 때 공무원 A 씨의 실종 전 상황에 대한 설명 자료. / 사진 = 연합뉴스(해양경찰청 제공)

앞서 해경은 지난 2020년 9월 A 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경은 "실종자가 사망 전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었다"며 도박 기간과 횟수, 채무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중간 수사 결과를 정권이 바뀌자 해경 스스로 뒤집은 것입니다. 아울러 해경은 A 씨를 총격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군인에 대한 수사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서장은 "사건 발생 장소가 북한 해역이라서, 수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지리적 한계가 있었다"며 "특정 되지 않은 북한 군인을 조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부득이하게 수사를 중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제형사사법공조가 1년 6개월 가량 진행되면서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오랜 기간 마음의 아픔을 감내했을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