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언론 지면을 도배하는 이슈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도, 이재명 의원도 아닌 집권여당 대표 이준석이다.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국민의힘 최다선(5선) 의원인 정진석과 맞장까지 떴으니 언론이 가만 놔둘 일이 없다. 정 의원은 이 대표보다 25살 연상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버르장머리, 싸가지 그런 얘기를 하려는건 전혀 아니다.
이 대표의 거친 감정적 대응이 여러모로 부적절했지만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의 단초를 제공한건 정 의원 자신이기때문이다.
나이로 찍어 누르려는 꼰대 정치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다만 이 대표가 정의원을 공개저격할때 "두번의 선거에서 이겼는데 내려오라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어이없다"고 한 발언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3월 9일 대선과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한건 사실이다.
그런데 당대표인 본인이 대단한 역할을 한것으로 생각하는듯한데, 선거 승리에 취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건 아닌지 자문해볼일이다.
실제로 자신의 역할이 컸다고 믿는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이 대표나 국민의힘의 능력이 탁월해서 선거에서 이긴게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년내내 이어진 문재인 정권의 네편내편 진영논리에 기반한 내로남불과 위선, 절대 사과하지 않는 오만과 독선 그리고 몰염치, 비상식, 부동산 실정에 학을 뗀 국민들이 심판한 결과일뿐이다.
지난해 4월 7일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를 신호탄으로 확실한 민심 이반이 시작됐고, 결국 정권·지방권력 교체로 이어진것이다.
누가 대표를 했든지간에 국민의힘이 승리할수 밖에 없는 선거였다.
되레 당대표이면서도 당내 분란의 중심에 섰던 이 대표때문에 크게 이길수 있었던 대선에서 어렵사리 신승을 하고, 지방선거때 경기도를 잃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계를 지난해말 대선유세때로 돌려보자.
당시 압도적인 정권교체 열망이 담긴 여론조사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압승을 예고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재를 뿌렸다.
두차례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당무를 거부하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도 박찬채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대선에서 승리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듯 당대표라는 사람이 자기당 대선후보를 연일 '정치초보자'라며 디스하고, 깍아내리기에 바빴다.
'본인 기분이 상했으니 빨리 와서 나를 달래라'는 식으로 개인적 감정을 배설하고 내부총질을 이어가면서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어렵사리 내홍을 봉합하기는 했지만 당시 윤 후보는 리더십에 상당한 내상을 입었다.
이 대표의 이대남(20대 남성)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젠더 갈라치기 선거전략도 역풍만 키웠다.
"여성들의 투표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여성폄하 발언에 경악한 젊은 여성들은 "이준석 때문에 국민의힘은 못 찍겠다"며 들고 일어났다.
민주당에 젊은 여성표를 갖다 바친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내 대선서 압승하겠다는 이대표의 '세대포위론'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안철수 후보를 대선내내 모욕하고 조롱하는 바람에 단일화가 깨질뻔했다.
안 의원과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 탄생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한마리의 토끼를 잡더라도 호랑이가 최선을 다하듯 한표라도 더 얻는 노력을 끝까지 경주해야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변호사와 감정싸움을 이어가면서 단일화를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8000여표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결과론적이지만 단일화가 됐다면 경기도도 국민의힘이 가져왔을 개연성이 컸다.
당의 이익보다 개인적 감정과 자존심이 더 중요한 이 대표가 선거에 도움이 됐는지 아니면 민폐를 끼쳤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일반 정치인이라면 성깔대로 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은 당대표다. 비판을 받는 자리다.
당대표라면 개인감정을 누르고 , 오해가 있다면 풀고, 사실관계가 맞지 않으면 바로잡고, 그래도 안되면 논리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그런데 "당 대표인 나에게 감히 대들어?"라는 식으로 공격을 받으면 물불 안가리고 받아치고, 분노를 표출한다.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의 독선과 오만 그리고 대결의 정치와 뭐가 다른가.
나만 옳다는 정치,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 상대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정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서 이 대표는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정치가 이런 대결과 혐오, 모욕과 조롱의 정치라면 곤란하다.
젊은 꼰대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이 대표가 더 잘 알것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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