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개딸' 중심축은 페미니즘…李 팬덤으로 치부하지 말길"

"홍영표 조롱 대자보 붙인 '개딸', 사무실로 찾아가 사과…개딸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
"개딸, 李 팬덤인 듯 보이나 盧 팬덤, 文 팬덤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
"개딸의 정신세계 이루는 중심축은 페미니즘…극단적이고 배타적인 페미니즘은 아냐"

↑ (왼쪽부터)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 선언했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개딸을 단지 이재명 팬덤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면서 "이재명 팬덤 행동을 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황교익씨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영표 사무실 문에다 홍영표 조롱 대자보를 붙인 '개딸'이 홍영표 사무실로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 개딸이 누구인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노무현 팬덤이 강했다. 그러나 노무현 반대편에 있는 정치인을 타깃으로 삼아 집단으로 괴롭히는 일은 없었다"며 "자연발생적인 정치인 팬덤은 대체로 정치인 그 한 사람만 따르고 주변의 복잡한 권력 싸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팬덤은 달랐다. 자연발생적인 팬덤에다가 정치 거간꾼이 조작한 팬덤이 더해졌다. 정치 거간꾼은 정치 권력과 팬덤 중간에 서서 장난질을 쳤다"며 "팬덤을 동원하여 팬덤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자신들만 유일한 문파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지지 정치인과 시민까지 공격했다. 이제는 윤석열 지지 세력이 된, 벌레 이름으로 불리는 한때의 문빠가 그들 중의 한 무리"라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또한 "개딸은 이재명 팬덤인 듯이 보이나 노무현 팬덤, 문재인 팬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개딸은 자연발생적인 집단이다. 그들 속에서 정치 거간꾼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개딸의 정신세계를 이루는 중심축은 페미니즘이다. 한국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페미니즘은 아니다. 시위 중에 하는 행동과 구호를 보면 그들은 관용과 박애의 페미니스트다. 이들 페미니스트가 지난 대선에서 문득 정치적 각성을 하게 되는데, 그 자극체가 이재명이었다. 개딸이 이재명 팬덤처럼 보이는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개딸을 이재명 팬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굳이 다툴 생각은 없다. 충분히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개딸이 이재명 팬덤이 전부인 것처럼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황씨는 "홍영표 사무실에 찾아가 사과를 하는 개딸을 보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때까지의 정치인 팬덤과 성격이 다름을 대충 알아차렸을 것"이라며 "개딸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다. 이재명은 동지, 잘나서 제일 앞에서 싸우는 동지 정도로 여긴다. 나는 요즘 개딸한테서 많이 배운다. 그들이 고맙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뒤 1심 재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황씨는 "일개 시민일 뿐인 유시민이 문재인 정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말은 듣기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위법한 방식으로 국정을 농락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대는 보수 논객 건너편에 진보를 대표한다는 논객이 앉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긍정의 웃음을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진보건 보수건 개념 없기는 똑같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어 "유시민이 문재인 정부에서 어용 지식인으로 또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말을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보수를 대표한다는 한 논객이 하고 있었다"면서 "유시민은 문재인 정부에서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그 어떤 국가권력기관에도 소속된 바가 없다.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겠다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붙인 별명이 어용 지식인이며 노무현 재단은 민간단체로 이사장직은 월급도 없는 자리였다"고 유 전 이사장을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편을 갈라 서로 자신이 낫다고 토론을 하자면 기본적으로 사실 관계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위한 개념어의 사용이 적절해야 한다"며 "유시민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식인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유시민의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히 큰데, 그러면 유시민이 윤석열 정부의 권력을 나누어 쥐고 있다는 뜻인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끝으로 황씨는 "아무 말 대잔치가 정치인 줄 아는가. 누가 지적을 해주지 않으니 아무 말이나 막 던지며 살아왔는가"라며 "정치는 타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함부로 말하는 자가 있을 자리가 못 된다. 딴 일을 찾아보시라"고 일갈했습니다.

↑ 6·1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친문재인계(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앞서 지난 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가 지역사무실 입구에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 홍영표 의원님이 말하는 거 보고 있으니 치매가 아닌지 걱정되고, 중증 애정결핍이 심각한 것 같다'며 원색적인 비난이 포함된 대자보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에 홍 의원은 9일 본인의 SNS를 통해 "지역사무실 입구에 모욕적인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던 분께서 어제 꽃다발을 들고 사과하러 오셨다. 사과를 받아들이며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고기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ogi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