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죄를 짓고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자숙하고 반성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구나 세금을 받는 국민의 공복(公僕)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다.
하지만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일부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실종된 듯한 느낌이다.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그런 경우다.
최 의원은 지난달 27일 검사 보수를 일반공무원 체계로 바꾸기 위해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폐지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공동발의 공문을 각 의원실에 보냈다.
검사 보수를 일반 공무원과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 발의안의 골자다.
올해 기준으로 초임 검사의 월급은 370만원 정도다.
연간 4440만원으로 초임 법관과 비슷하다.
행정고시 출신 5급 공무원의 초임 월급(260만원)보다 110만원 많다.
최 의원은 "검사도 명백한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라며 "검사의 보수제도를 타 행정부 공무원의 제도와 일원화해 행정기관 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 의원의 개정안 발의를 놓고 "입법권을 남용한 사적 분풀이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사의 보수를 법관처럼 별개의 법률로 규정한 것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엄정한 독립이 검사에게도 똑같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일, 미국,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검사와 일반 공무원에는 다른 채용조건을 적용하고 있고 보수 역시 검사가 일반 공무원보다 더 많다.
율사 출신인 최 의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최 의원이 마치 검사 월급 삭감을 '검찰개혁'인 것처럼 포장해 문제삼는 것은 검찰이 자신을 기소해 유죄가 선고된 데 따른 개인적 앙갚음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의 인턴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은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최 의원으로선 자신을 정치적 인생의 벼랑 끝으로 떠민 검찰이 무척 원망스러울 것이다.
최 의원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처리에 그토록 앞장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회 다수당 의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회권력을 사적 보복의 수단으로 남용하는 것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도 오십보 백보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일 "재판부의 일부 유죄 판결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화풀이하듯 한 장관에게도 책임을 돌렸다.
유 전 이사장은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씨가 이동재 기자와 함께 저를 해코지하려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검사로서 한동훈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선고 전 법정에 들어가면서도 "한동훈씨가 저한테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
지난 2020년 7월 라디오방송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자신과 노무현 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한 장관을 매도한 당사자는 유 전 이사장이다.
이로 인해 당시 한 장관은 검찰 수사권을 남용한 '정치 검사'로 낙인이 찍혔다.
이처럼 그릇된 주장으로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고 정신적 충격을 줬다면 이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당연한 처사다.
그런데도 유 전 이사장이 진솔한 반성 대신, 한 장관에게도 마치 잘못이 있는 것처럼 '물귀신 작전'으로 몰고 간 것은 떳떳치 못한 행동이다.
유 전 이사장이 2021년 뒤늦게 "충분한 근거없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사과를 했다지만
청나라 때의 학자 고염무는 '불치즉무소불위'(不恥則無所不爲)라고 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못할 짓이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국민 신뢰를 되찾으려면 자신의 허물부터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져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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