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분노 배경에 "열심히 사는 '보람' 없다"
"삶의 문제에 해답을 주는 정치를 복원해야"
지방선거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패인 분석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80년대생 청년 정치인 하헌기 전 청년대변인이 "'청년정치' 타령은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10일) 하 전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요즘 '청년정치'라고 하면 보통 '청년이 정치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으로 젊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인 청년 여부가 아니라 청년 유권자층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하고 그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민주당이 해왔던 '청년 할당'이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정치권이 제대로 대의해다오"라는 청년들의 진짜 요구사항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 오히려 '부당한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취임 초기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던 일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이를테면 노동계를 대변하라고 노동자 출신 정치인을 뽑아 올렸는데 자본만 대변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청년'들이 자기 세대가 겪고 있는 모순을 해결하기 보다 중진들 거수기가 되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이 해왔던 청년 간담회에서 나온 반응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였다면서 "각종 지원금에 대한 정책에도 '돈 준다는 이야기에 속지 않는다'로 반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현금성 복지 예산이 결국 청년 세대의 미래 빚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온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청년들이 매우 열광했던 정책도 있다. '청년희망적금'"이라면서 "저는 우리 청년들이 여전히 스스로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열심히 사는 '보람'이 없어 좌절하는 거라 해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열심히 한 것에 합당한 보상이 돌아오게 하라"는 것을 청년세대의 요구로 지목했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분노한 배경에 대해서도 "단지 탐욕의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일해 차근차근 상승하는 삶을 꿈꿀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하 전 대변인 본인도 "갑자기 대출을 막고 전세가가 폭등하니 잘못한 것도 없이 삶이 다운되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면서 "그런데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라고 말하면서 자기들은 '똘똘한 한 채'를 챙기고, 내 삶의 궤적은 붕괴되는데 누군가는 반칙과 특권을 누리니 폭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 분노의 기저에 '열심히 해도 보람 없는 현실'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에서 어느새 민생의 영역이 사라졌다고 탄식했습니다. 무상급식 이슈가 제기된 것이 2010년, 저녁이 있는 삶과 경제민주화가 2012년, '중부담 중복지'가 이미 2015년에 논의됐다며 "민주당은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청년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느냐는 물음은 '한국 사회가 재생산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일 것"이라면서 "'망국적 저출생'을 규탄하는 그 나라에서, 영아유기 및 살해사건이 11년간 1500여건이나 일어났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나"라고 자문했습니다. 이어 "결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서 "삶의 문제에 해답을 주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하 전 대변인은 지난 6일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하루 한 편씩 민주당의 패인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5편, A4용지
9일 게재한 글에서는 민주당의 문제점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걸 민주당 구성원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침묵했을 뿐이다. 나는 '문제' 자체보다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가만히 있는 비겁한 보신주의'를 그만둬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