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책임론'보단 패배 원인 규명이 먼저"
"박지현, 민주당에서 다시 역할 맡을 수 있다"
"파격적인 변화 있어야 2년 뒤 총선, 5년 뒤 대선에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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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대 대선 패배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씁쓸한 결과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 친문과 친명으로 대표되는 ‘계파 갈등’과 ‘86용퇴론’ 등으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갑 4선 의원으로, 대표적인 민주당 내 '무계파' 중진으로 꼽히는 노웅래 의원은 “파격적인 변화가 있어야 2년 뒤 총선, 5년 뒤 대선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직언했습니다.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서도 쇄신의 움직임이 없다면 희망도 없을 거란 겁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원장으로도 활약 중인 노 의원을 만나 ‘뉴(New) 민주당’에 대한 구상과 비전을 들어봤습니다.>
Q. 지난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결과에 대한 평가와 원인을 말씀해 주신다면? 애초 노 의원님이 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연구원을 비롯해 당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인가요?
노웅래 의원(이하 노 의원) : 먼저 민주당의 ‘참패’는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대선 이후 달라지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총체적 성적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대선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과 반성은 물론 쇄신 노력이 뒤따르지 못한 것에 대한 회초리였다고 봅니다. 당에서도 어느 정도는 예측한 결과입니다. 이번 지방 선거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3일 만에 치러진 선거잖아요. 애초에 불리한 구도에서 출발한 선거였고, 여기에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 실망감이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Q.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극적으로 승리하면서 ‘최악은 막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의 의미를 평가하신다면?
노 의원 : 국민들이 완전히 민주당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최악은 막았지만, 지난 대선의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0.73%p의 함정에 또 빠져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김동연 당선인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민주당이 성찰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경기도 김동연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유일하게 새로운 인물로 후보를 내세웠다고 해도 될 만큼 다른 지역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김동연 후보가 민주당을 찍어야 될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김동연 후보의 사례를 보면, 역시 민주당이 공천을 잘하면 당선될 수 있고,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 표만 가지고는 당선될 수 없었을 겁니다. 김동연 후보만의 새로운 차별점이 당선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요. 김동연 당선인이 경제도 알고 정책도 알고 있는 만큼 경기지사를 거쳐 대권 주자로서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비교해 보면, 전국 득표율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3개월 안 되는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특히 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을 전폭 지지했던 ‘광주’ 지역 투표율이 37.7%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하시나요?
노 의원 : 대선 때는 0.73%p 차이로 졌는데, 지방선거 광역 비례 정당 투표에서는 10.48%p 차이로 졌습니다. 표로 따지면 세 달 만에 687만 표가 사라졌어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만큼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했다고 봐야겠죠. 대선 이후 ‘졌잘싸’라는 아전인수격 정신승리에 도취되면서 강성 지지층에 너무 의존했다고 봅니다. 선거 승리에 꼭 필요한 중도층, 부동층을 외면한 결과예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픈 대목이 바로 광주인데요, 대선 때 81.5%라는 투표율을 보여줬던 광주가 이번 지방 선거에서 37.7%로 전국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 지지율이 모두 15%를 넘지 않았습니까? 민주당이 정말 혹독하게 자기 성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광주 시민이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는 것이죠. 단지 광주지역 선거에 국한된 메시지가 아니라 전국 차원의 민주당에 대한 경고라고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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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의원은 "민주당이 이념 과잉정당화됐다"며 "실사구시를 화두로 민생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Q. 이재명 인천 계양을 당선인에 대한 '책임론'도 있습니다. 실제, 당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노 의원 : ‘이재명 책임론’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얘기입니다. 이재명 의원이 직접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었잖아요. 다만, 책임을 따지고 들면 감정싸움으로 흐를 수 있어 쇄신도, 수습도 안 될 수 있습니다.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의 분열과 갈등을 키우는 식의 논란이라면 당에 도움이 안 됩니다. 책임론 이전에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민주당이 왜 이 지경까지 추락했는지에 대한 ‘원인론’부터 먼저 규명하는 것이 순서겠죠.
Q.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당선인의 당권 도전을 두고 민주당 내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재명 당선인이 전당대회에 나올 거라고 보시나요?
노 의원 : 이재명 의원 본인에게 물어봐야 가장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일부 사람들은 대선과 지선,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진 사람이 어떻게 당 대표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자산이 이재명 밖에 없는데 이 사람이 당을 이끌지 누가 하겠냐고 말합니다. 민주당에서 지지율이 제일 높은 사람인데 현실적으로 당 대표를 할 사람이 이재명 의원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 의원이 당심과 민심을 충분히 수렴하고 헤아려서 결정하리라고 봅니다. 전당 대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동안 당을 수습하고 쇄신하는 게 우선입니다.
Q. 당권 도전과 관련해 이재명 의원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노 의원 : 민주연구원에서 조사해 나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으로서 '책임 정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걸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Q.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의 역할과 한계, 당내 중진 의원으로 어떻게 보셨는지요?
노 의원 : 선거를 코앞에 뒀을 땐 상대를 봐야지 우리를 보면 안 됩니다. 박 전 위원장은 분명히 옳은 일을 했지만, 선거 전략으로는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건 박 전 위원장의 순수한 문제 제기가 쇄신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지방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민주당이 가진 한계입니다. 새로운 사람이 당을 변화시키려고 왔는데, 그 사람을 통해 쇄신을 하지 못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30대 이준석 당 대표가 당선됐고, 자기 진영의 대통령을 구속시킨 사람을 데려다가 대통령을 만들었습니다. 국민의힘이 시대 변화에 유연했던 거죠. 저는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다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봐요. 할 얘기를 한 거고, 민주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얘기를 제시한 겁니다. 박 전 위원장이 제시한 쇄신,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야 2년 뒤 총선, 5년 뒤 대선에도 희망이 있을 겁니다.
Q. 박 전 위원장이 꺼냈던 ‘86 용퇴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노 의원 :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편 가르기가 됩니다. 586세대 중 기득권에 빠진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힘으로 계속 패권 정치, 진영 정치, 계파 정치를 해서 회전문 인사를 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멀쩡하게 잘 하는 정치인도 있는데 단지 586이라는 이유로 싸그리 물러나라고 한다면 그것은 구태 정치와 다를 바가 없죠. 거대담론 차원에서 청년, 여성 정치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순 있지만, 구체적인 팩트도 없이 싸잡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Q. 우상호 의원이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습니다.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 의원 : 외부에서 영입해 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선뜻 나서는 분도 없었고,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당 경험이 제일 많은 사람이 하는 게 비대위원장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 해서, 계파색이 옅은 우상호 의원이 만장일치로 추대됐습니다. 비대위원은 선수 별로 초선, 재선, 3선, 4선 의원들을 한 명씩 포진하고 원외인사 몫으로도 한 명을 배치했죠. 이 모든 과정이 당헌당규에 맞게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지난 대선 직후 윤호중 비대위는 선출되는 절차 없이 중앙위원회에서 인준을 받아 정당성 없는 지도부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번에는 우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당무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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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덤 정치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노웅래 의원. |
Q. 당분간 큰 선거가 없습니다. 다음 선거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2024년 4월 총선일텐데요, 민주당이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노 의원 : 우리당은 너무 이념 편향적이고, 이념 과잉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사구시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쇄신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실질적으로는 지도부 개편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당 대표를 뽑고 최고위원을 따로 뽑았는데, 우리 지도부도 지도력이 더 강화될 수 있는 쪽으로 바뀌려면 한 번에 뽑는 게 방법일 수 있습니다. 최고위원들의 권위가 좀 더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또 당 대표를 뽑을 때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 반영이 50%입니다. 우리 당은 10%죠. 우리당도 일반 국민 반영 비율을 높여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제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실사구시'를 화두로 민생에 중점을 두고, 열린 자세로 민주당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입니다.
Q. 이 의원 지지자들을 일컫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팬덤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노 의원 : '팬'들의 지지 덕분에 덜 졌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큽니다. 문재인 팬덤정치와 이재명 팬덤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덤과는 달라요. 그때는 적어도 문자 폭탄을 보내는 방법으로 상대의 의견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건전한 정치 의식과 참여의 확산이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내가 지지하는 사람만 옳고, 상대를 인정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극단적인 팬입니다. 양쪽의 의견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해서 더 좋은 결론을 내야 하는데, 그런 것 자체를 차단해 버렸어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일부 의원들이 이론 팬덤 정치를 부추기고 확대하면서 악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팬덤 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선 소통의 제도화가 바탕이 돼야 해요. 민주주의 토론과 대화가 부정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민주당의 새로운 혁신 프레임을 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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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의원은 "갑보다는 을을 위한 정치를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Q. 민주당의 최근 치러진 선거 3연패와 함께 정당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에 몰렸습니다. 노 의원님의 앞으로 역할이 관심입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노 의원 : ‘뉴(New) 민주당’ 프레임을 준비 중입니다. 지도체제의 변화, 반영 비율 등 선출의 변화, 정책 노선의 변화 등 시대 정신에 맞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 프레임을 만들어서 당 지도부에 전달하고, 전달에 끝나지 않고 구체적으로 당헌당규에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또 우리 당의 고질적인 계파 정치 문제, 이제는 단절해야 합니다. 계파를 해체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필요합니다.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데, 우리 당에는 운동권과 권력자 등 사람으로 뭉치는 계파 정치가 있습니다. 편 가르고 끼리끼리 하는 관계 중심의 정치를 끊어내고 가치와 비전 중심 정치로 바꾸는 것이 저의 소명입니다. 아울러 대결의 정치를 부추기는 적대적 공생의 양당제 대신, 국민의 뜻이 온전히 반영되는 다당제, 중대선거구제가 자리 잡게 하자는 겁니다.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노 의원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야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강조하며 “야당은 적군이 아니다. 야당에 총을 줘서라도 함께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현재 우리는 감정적이고 비생산적인 대립의 정치 중입니다. 여당은 야당을 받아주고 야당은 여당을 따라주는 ‘정치의 멋’을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저는 기자 출신 답게 소통과 현장을 중시하는 소통제일주의, 현장제일주의 정치인으로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통합과 화합의 정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정희우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mango199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