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민의힘 3선 중진이 된 안철수 의원이 7일 당을 향해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고 해서 절대 자만하면 안 된다"는 일성을 내놨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자신의 의원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겠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 국민들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면서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국민에게 필요한 개혁을 하라고 심을 실어주지만 동시에 거만해지지 않도록 제어장치를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평했다.
당권 도전 여부엔 이날도 말을 아꼈다. 다만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듯한 일정과 발언이 눈에 띄었다. 안 의원은 의원실로 출근하기 전 오전에 용산 대통령실을 먼저 찾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인수원회에서 만든 백서를 전달했다
또 기자들의 당권 관련 질문엔 "1년 반 정도 쉴틈없이 달려왔다"고 운을 떼면서 자신의 '정권교체' 기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단일화한 일부터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하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것을 일일이 거론하면서다.
다만 겉으로 명확하게 의도를 드러내진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함께 싸워왔지만 저는 국민의힘에 있어선 신인 멤버 아니겠나"라며 "가능하면 여러 의원을 만나서 서로 가진 생각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서로에 대해 아는 과정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 단계다. 의정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며 "그게 당권 관련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선 직후 '당 혁신위원회' 문제를 꺼내든 것과 관련해선 "당은 계속 혁신해야 한다"면서도 "정당의 혁신은 범위가 넓어야 한다"고 했다. '공천시스템 개편' 등을 언급한 이 대표와는 노선을 달리한 셈이다. 안 의원은 혁신의 방향으로 △사회적 약자를 품는 정당 △낡은 이념지향에서 탈피한 정당 등 두 가지를 꼽으면서 "일종의 실용정치 정당이 돼야만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국회 2년간 활동할 상임위원회로 외교통일위원회를 꼽고 있는 그는 일각에서 전문성 지적이 나온다는 말에 "아마 국회의원 중에 저보다 글로벌 경험이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왔고 독일의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 방문학자를 했고, 일본·중국과도 비즈니스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엔 외교, 과학기술 등 따로따로 전공 분야가 존재했다면 이제는 외교, 과학기술, 안보, 경제가 하나로 뭉쳐지는 광경을 맞닥뜨리게 됐다"며 "제가 충분히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을 통해 안 의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나란히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난을 보냈다. 이 수석은 직접 의원회관을 찾아 두 의원을 연달아 예방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이야기와 덕담을 나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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