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새벽 지방선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당선인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처절한 반성과 성찰보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인데 대해 직격탄을 날리며 작심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당선인은 3일 라디오방송에서 "(당이) 여러 가지 일로 인해 힘든 상황을 만들기도 했고, 발목잡은 부분도 있었다"며 "제 통제 바깥의 일이라 정면돌파식으로 뚫고 나가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김 당선인은 이어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정책에 대한 협치나 토론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제가 (이재명 후보와 함께) 정치교체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라며 앞으로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와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위해 본격적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경기지사로서의 도정을 넘어, 국회 제1당의 정치교체위원장으로서 민주당 쇄신과 변화는 물론 국회 개혁도 이끌어가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에도 "민주당의 성찰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견인하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당선인의 이같은 의욕적인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우선 김 당선인이 평생 관료로 살아 당내 지지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데 당 개혁을 제대로 주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과의 관계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당선인은 지난 3월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 당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상임고문) 지지를 선언하며 단일화에 나섰다. 선거 과정에서도 이 고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방탄'출마했다가 당 안팎의 지탄 대상이 된 이 고문을 비롯해 '개딸'로 상징되는 팬덤정치와 확실히 선을 긋고 혁신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 고문이 경기지사를 지낼 당시에는 민주당이 기초단체장과 도의회를 장악해 경기지사 권한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경기도내 31개 기초단체장 중 22개를 차지하면서 경기도 권력구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힘이 집중 견제에 나서면 김 당선인이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당선인으로선 이런 위기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그는 상고와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행정·입법 고시에 합격한 뒤 기재부 예산실장, 차관, 국무조정실장, 장관(경제부총리)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주어진 장밋빛 탄탄대로를 걷기보다,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운명의 가시밭길을 헤쳐가면서 지금의 입지를 다졌다.
더구나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 시절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당시 청와대정책실장 등 정권 핵심 인사들과 설전을 벌일 만큼 배짱과 뚝심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김 당선인이 그동안 보여준 열정과 의지, 합리적 자세를 바탕으로 경기도정을 잘 이끌어 도민들의 인정을 받고, 민주당 개혁과 쇄신에 나선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국민 성원이 뒷받침된다면 민주당내 지지 기반을 닦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5년 후 민주당 잠룡으로서 이재명 고문이나 이낙연 전 대표 못지 않게 대선 교두보도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김 당선인은 한국갤럽이 2일 전국 1001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앞으로 시·도정이 기대되는 인물로 여당의 차기 주자로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과 함께 1위로 꼽혔다.
그는 지난해 대선 출마 직전에 쓴 책에서 "낯선 길, 익숙하지 않은 길로 가라"고 썼다.
미국의 HP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도 "리더십이란 현재 상황에 도전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 당선인이 사즉생의 자세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뿌리까지 흔들고 뒤집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바꿔놓는다면 거대 야당의 구심점으로 단숨에 부상할 수 있다.
그의 '분투'를 기대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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