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없는 것 상상하는 발상의 전환 필요"
로이터 "미국 주도 유엔 대북제재 시대 끝났다"
"한일, 진보도 상대방 핵무장하면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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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방안이 부결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시간 26일 "미국이 추진하는 신규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 결정은 글로벌 협력이라는 겉치장조차도 완전히 박살을 낸 것"이라면서 미국 주도의 유엔 대북제재 시대가 끝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러의 묵인 속에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미일이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한일의 동시 핵무장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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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미사일 / 사진 = 연합뉴스 |
그간 대북제재로 구현됐던 북한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평가입니다. 그는 "북한이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 악화로 올해부터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시험발사하더라도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채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핵 위기가 발생한 이후 2017년까지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가 이뤄지면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채택해 왔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정 센터장은 또 미국의 확장억제를 통한 북핵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핵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북한의 핵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북한 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권의 이념적 성향을 떠나 대한민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이 핵 보유국인 미국을 상대하려 할 것이므로 북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한국은 소외된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진단입니다. 실제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 센터장은 "한일의 동시 핵무장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Think the Unthinkable)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미일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미국의 핵무기보다 한국의 핵무장이라면서 "남한이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남한에 대해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이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한 핵무장론에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면서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주목하는 것은 한일의 핵무장에 이어 대만까지 핵무장할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중러가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고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에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채택을 거부할 경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보유를 막지 않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도 핵보유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한미일이 고위 당국자 명의로 천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에 국제사회가 실질적인 대응력을 상실한 현재 상황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서울을 목표로한 북한의 핵공격이 탐지됐을 때, 뉴욕이나 워싱턴DC에 대한 북한 핵공격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을 위해 평양을 타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아직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의 문턱 바로 앞까지 당도해있는 상황입니다.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019년 9월 모교인 미시건대 강연에서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들은 부분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포함된 확장 억지에 대한 신뢰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런 무기가 그들의 영토로부터 단지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 거리 안에 놓인다면 얼마나 오래 이런 확신이 지속하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 원칙을 꾸준히 견지해 온 한국과 전세계 유일하게 핵공격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일본 모두 핵무장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핵무장론을 국가적으로 공식화할 경우 국제사회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특수한 경쟁 관계로 인해 어느 한쪽이 핵무장을 선택하게 되면 다른 한쪽도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예측합니다. 핵무장을 강하게 반대하는 한일 양국의 진보 인사들 대부분이 "만일 상대방(한국이나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럼 우리도 핵무장해야 한다"고 답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이 결정하면 다른 나라도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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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또 한국의 핵무장 시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한국경제가 무너지리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신냉전 구도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 견제에 핵심적인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에서의 기술적 협력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미국경제에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영국과 이스라엘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국가들이 미국과 독자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이들 국가들의 핵 보유가 미국의 대유럽 및 대중동 관리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더 이상 제재를 채택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제재를 채택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