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의 열망, 지지해 달라"
"초기 반미주의 원인, 미국의 비민주주의적 정권 지원"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5년 전 당시 미국 상원의원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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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1999. 12. 4. / 사진 = 매일경제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5년 전 당시 미국 상원의원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던 김 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셔우드 보좌관의 방한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바이든 상원의원에게 6월 항쟁 전후의 한국 정세를 정확히 알리려고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1987년 6월 29일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는 갑작스럽게도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우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고(6·29 선언), 그 결과 노태우 대표는 다수의 잡지 표지에서 영웅으로 묘사됐다"면서 "사실 영웅이 있다고 한다면 끈질기고 평화롭게 시위를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6·29 선언 이후 '노태우 정권의 결단 덕에 전두환 정권의 친위 쿠데타를 막고 한국 민주화 과정이 진행될 수 있었다'면서 노태우 정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러한 점을 우려하면서 6·29 선언 이후에도 군의 정치 개입 문제 등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 전 대통령은 "초기 반미 주의의 주요한 원인은 미국 정부가 현재의 비민주주의적인 정권을 지속해서 지원했기 때문"이라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의 열망에 대해 미국의 진정한 이해와 변하지 않는 지지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한국 정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거부한다는 공개적인 의사 표시가 한국 현 정권과 군부 체제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교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도서관은 "이번에 공개된 편지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한 민간외교를 활발히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후 미국 의회는 한국의 민주화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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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의 편지 / 사진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홈페이지 |
존경하는 바이든 상원의원님께,
최근에 의원님의 유능한 보좌관인 엘리자베스 셔우드가 방문해서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의원님께서 당신을 대신해서 그녀가 저를 만나도록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이 편지가 미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자유와 복지를 위한 의원님의 평소의 고무적인 활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이 친서를 제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친구인 최운상 교수를 통해 안전하게 보냅니다. 최 박사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고, 이전에 인도, 이집트, 모로코, 자메이카, 카리브해 지역 한국 대사였습니다. 그는 현재 마카오에 있는 동아시아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인 박희도 장군은 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오늘날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 즉 민주적 절차에서의 한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건드렸습니다.
한국군의 정치개입은 두 가지 이유로 반대되어야 합니다. (1) 이것은 민주주의 제도와 문민우위 원칙에 위배됩니다. 실제로 지난 27년간 군부가 통치한 두 정권은 용서할 수 없는 인권탄압과 대규모 부패, 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탄압 등을 초래했습니다. (2) 한국 정치군인들의 독단적인 행동은 한국과 미국 공동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군의 정치개입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파괴할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큰 영향력을 갖는 이유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4만 명이 넘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부의 틀 안에서 미군 사령부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현 상황에서 군의 정치개입 위협이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면, 한국의 민주 회복에 있어서 더 이상의 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의원님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거부한다는 공개적인 의사 표시가 한국 현 정권과 군부 체제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의원님께서 조지 슐츠 국무장관에게 이 부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을 분명히 하도록 하고 주한 미국 대사가 그 정책을 확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촉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와 관련된 의원님의 외교적인 노력은 한국 민주주의 회복의 성패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미국 국민과 정부가 한국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기억하시겠지만 1987년 6월 29일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는 갑작스럽게도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우리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노태우는 TIME과 NEWSWEEK 잡지들의 표지에서 영웅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사실, 만약 영웅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끈질기면서도 평화롭게 시위를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집권 여당은 우리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투쟁의 승리는 국민의 힘에 의해서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볼 때 미국은 항상 한국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전에 존재한 적 없던 반미주의는 미국의 한국 상황에 대한 진정한 이해 부족에 따른 한국 국민들의 불만과 좌절에 의해서 최근에 표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반미주의의 주요한 원인은 미국 정부가 현재의 비민주주의적인 정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의 열망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지속적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지지를 원합니다.
만약 의원님께서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최 박사가 현 상황의 모든 일들을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
의원님의 과거와 미래의 도움에 대한 저의 깊은 존경과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진심을 담아,
김대중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