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 비서관은 많은 경우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동성애가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한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혐오 발언의 성격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했지만, 치료의 대상이라는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를 반대합니다. 그리고 선천적인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경우에도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연 치료는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료다. 흡연은 암을 비롯한 온갖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V) 기준에는 'Tobacco Use Disorder(담배 사용 장애)'로, 국제질병분류(ICD-10) 기준에는 'Tobacco dependence(담배 의존)'로 분류돼 있다. 결국 흡연은 약물 중독의 일종이라는 뜻이다. 김 비서관은 동성애 역시 흡연처럼 후천적 습관으로 중독된 행위이기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뜻인지 그의 진의가 궁금하다. 어쨌든 김 비서관은 많은 경우 동성애는 이성애로 전환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정신과 의사들의 모임인 미국정신의학회(The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입장은 다르다. 49년 전인 1973년에 이미 "동성애는 병(illness)이 아니다. 장애(disorder)도 아니다"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동성애는 병이나 장애'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거였다. 그때 이후 미국의 동성애자들은 의사들로부터 "동성애는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게 없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성애로 전환하는 치료의 대상도 아닌 게 됐다. 이 결정에 참여한 의사들은 "문화적 가치 시스템을 반영해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 근거를 갖고 동성애를 병으로 분류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결정은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동성애에 대한 폭넓은 차별 관행을 폐기하는 법률적 근거가 됐다. 고용과 자녀 양육, 주거, 시민권, 결혼 등 각 분야에서 차별이 철폐됐다. 저명한 의사들이 동성애는 병이나 장애,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이성애자와 달리 대우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 거였다.
사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게 사실이다. 정상이냐, 아니냐는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대통령실 비서관의 발언이 동성애를 공론의 장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대통령실 비서관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많은 경우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인권에 위협을 느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입니다.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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