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한동안 세간에 회자될 것 같다.
개콘을 넘어서는 한편의 코미디가 청문회장서 잇따라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씨(李氏)성을 가진 이 아무개 교수를 지칭하는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로 착각한건 다시 생각해도 실소를 자아낸다.
이 장면을 보고 웃음을 참지못해 그야 말로 '뿜었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조모 교수는 할머니가 되는거냐"는 조롱이 쏟아진건 당연하다.
"한 후보자 딸이 '이모'랑 함께 논문을 쓴거냐"는 어처구니 없는 일격(?)에 한 후보자가 당황할만 했다.
"딸이 이모가 있었어?"라는 혼잣말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한 후보자 딸이 보육원에 스펙쌓기용으로 노트북을 기부했느냐는 질문도 '이모' 못지않은 스펙터클 촌극이었다.
기증자란에 영리법인(기업)이라 쓰여있는데도, '한ㅇㅇ(한국쓰리엠)'을 '한 후보자 딸'로 넘겨짚은건 황당 그 자체다.
한번이라도 자료를 제대로 봤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실수들이다.
그것도 청문회 대상이 바로 "꼭 낙마시키겠다"며 전의를 불태우던 한동훈 후보자 아니였던가.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과 한 후보자 낙마를 연계시킬 정도로 한 후보자에 대한 적개심이 크다는걸 모르는 국민이 없다.
청문회 보이콧 카드는 물론 청문회 날짜를 뒤로 미루면서까지 송곳 검증을 벼르고 벼른게 민주당이다.
결정적 한방을 준비하기위해 당연히 엄청난 준비를 했을 것이다.
김남국 의원은 청문회 준비하느라 하루 2시간 밖에 못잤다고도 했다.
그만큼 김남국, 최강욱 의원이 얼굴을 들기 힘들 정도로 망신살이 뻗친 황당 질문을 던진걸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자료검토를 제대로 하기는 한건지, 한번이라도 꼼꼼하게 읽어보기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뿐만 아니다.
"검수완박 법안에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한 후보자 발언에 "싸우자는거냐"며 감정적으로 나온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청문회는 다양한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다.
장관 후보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를 문제삼고 트집 잡을게 전혀 아니다.
국회의원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평소 생각을 밝히지 않고 답변을 회피하는게 더 문제아닌가.
그런데도 국회의원 앞이니 그냥 머리를 조아리라는 식인데 이런게 바로 혁파해야 할 정치구태이자 적폐다.
장관 후보자 소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될일이다.
명분도 없고 논리도 부족하니 명쾌하게 반박은 못하고 목소리만 커지는건 아닌지 자문해볼일이다.
이날 청문회내내 좌충우돌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이수진 의원을 보고 "술취한것 아니냐"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걸 모를리 없을 것이다.
이처럼 청문회를 희화화시켜 톡톡히 망신을 당한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한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하니 적반하장이 따로없다.
부적격 4대 사유라는것도 모두 억지스럽다.
일단 대통령 심복인 한 후보자가 국정 정상운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적격 이유로 들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 자체도 빈약하지만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가정해서 딴지를 거는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한 후보자가 당당하게 소신을 밝힌걸 '대결의 자세'라고 프레임을 치는것도 언어도단이다.
지체 높으신 국회의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면 괘씸죄에 걸리는 모양이다.
휴대폰 비밀번호 공개거부도 문제삼았다.
비밀번호를 자발적으로 까든 안까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리를 민주당이 박탈하겠다는건지 되묻고 싶다.
자녀 내로남불도 시비삼았는데 과도하다.
누구처럼 표창장을 위조하고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지도 않았고, 심지어 입시조차 치르지 않았다.
국민이 볼때 부적격인쪽은 되레 특권의식으로 가득
한 후보자보다 국회의원 자질에 대한 검증이 더 시급해 보인다.
청문회 잣대를 들이댄다면 검증을 통과할 국회의원이 있을까 싶다.
여하튼 이번 청문회는 '이모'와 '한ㅇㅇ'만 생각난다.
이 두 단어를 떠올릴때마다 웃음을 참기가 너무 힘들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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