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젊고, 어린 사람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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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020년 7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오늘(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전과 행사를 기획할 비서관을 향해 그간 자신이 경험한 업무를 토대로 조언을 남겼습니다.
탁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임 의전비서관, 행사기획비서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3700여자 분량의 글을 올리면서 “대통령의 의전과 행사 기획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들을 두고 떠나려 한다”고 했습니다.
탁 비서관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든, ‘직’을 맡는 순간 부터 ‘정치적 입장’ 보다 우선하게 되는 것이 ‘국가적 입장’”이라며 “‘애정’을 가지라. 가까이 모시고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멀리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저 건너편의 사람들까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는 종종 국가행사나, 기념식, 추념식등을 준비하며, 이 일이 ‘제사’와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고, 밉고, 싫어도, 한 가족의 제사 상 앞에서 가족들은 억지로라도 서로를 참고, 예를 다하려 한다”며 “그러한 자리에서 화해도 하고, 이해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모였을 때, 적어도 그 시간, 그 순간 만큼은 서로의 입장이 다르더라도 싸우지 않도록 행사의 내용과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의전-행사비서관의 일이다. 이 과정에 있어 ‘애정’이 없으면 무척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탁 비서관은 “나보다 젊고, 어린 사람에게 배우라”고도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아는, 내가 시도한, 모든 참신한 것들은 저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웠다. 선배들이나, 윗 세대에게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분들에게서 배울 것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비서관실에서 20대 직원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어린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은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의외의 소득도 있다”면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조금은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보다 어린 사람을, 예의 없고, 삐딱한 사람과 함께 일하라,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탁 비서관은 또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치러 내야 할 행사가 국내외를 합쳐 1800개가량”이라며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때론 ‘실패’도 경험하게 된다. 나의 실수도 있고,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실수도 있고, 협업을 하는 부처의 실수도, 상대 국가의 실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잊어버리라. 당신은 내일 또 다른 일정과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의전비서관, 행사비서관은 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냥 계속 달리는 일이다. 이번에 잘못했으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탁 비서관은 “버티라. 그리고 고집을 부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국가기념식과, 대통령의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의 요청과 민원이 없을 리 없다”며 “모든 요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이유는 때로는 압력으로 때로는 인간적인 호소로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러면, 애초의 기획 의도, 연출 의도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거절하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 분명한 일들”이라며 “이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 대세에는 지장이 없지 않을까? 같은 갈등을 못 버티고 끝내 수용하게 되면, 그때 잠시는 고맙다는 말을 들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니, 버티라. 그리고 고집을 부리라. 그것이 대통령을 위한 길이고, 국민을 위한 길이고, 나 자신을 위한 길
탁 비서관은 “모쪼록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좋았다, 재미있다, 뿌듯하다.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모두를 설득하고, 모두를 이해시키거나 감동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