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 = 연합뉴스] |
6일(현지시간) 잘리나 포터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 준비를 해왔다"면서 "이르면 이달 말까지 실험을 실시할 준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말했다. 앞서 CNN 방송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달 중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무부 부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CNN 보도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긴 했으나 시기와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해 언급한데다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보통 국무부는 북한 동향과 관련한 질문에는 "보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거나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는 수준에서 답변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날 포터 부대변인은 북한이 함경남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과 이르면 '이달 중'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포터 부대변인은 "이미 이같은 정보를 동맹, 파트너들과 공유했고 긴밀히 조율하겠다"고 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7일 아침 보도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풍계리)3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은 소형화·경량화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경남도 풍계리는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부터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모두 진행한 장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차 핵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2018년 4월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특히 그해 5월 24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하는 전시성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한국 등 5개국 기자들을 불러놓고 치러졌다. 당시 풍계리에 있는 갱도 4개 가운데 폭파 장면이 공개된 것은 2번 갱도였다. 북한은 당시 3번 갱도를 포함해 풍계리를 전면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미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이 핵실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하는 장소가 바로 3번 갱도다. 당시 내부 손상이 거의 없었고 갱도 입구 일부만 파괴됐다면 복구에 긴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보도한 위성사진을 보면 3번 갱도 인근에서 교량 복구와 굴착 작업 등이 진행되는 모습이 포착된다.
트럼프 정부 당시 북미간에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됐으나 협상 타결에 끝내 실패했다.
결국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들어선 뒤 미사일 시험을 본격화했고, 지난 3월 24일 ICBM에 대해 시험발사 유예조치를 완전히 폐기했다.
이제 북한에게 남은 대미 압박 카드는 핵실험인 셈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를 꾸준히 요구했으나 선제적으로 북한이 테이블에 복귀할 만한 명분은 주지 않았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형 이슈들이 터지면서 북한 문제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고,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등 대화 재개에 집중하기 어려운 국면이었다.
이날 한미 당국이 거의 동시에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결국 핵실험 자제를 촉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포터 부대변인은 "북한의 행동(핵실험)은 역내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이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선택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우리도 일본도 문제가 된다"며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스탠스를 재정비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오는 20~22일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간에 기본적인 대북 전략을 조율하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도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 재개 움직임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
[신헌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