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6일 남긴 文, 검수완박 대못…"檢 선택적 정의 우려 여전"

↑ 3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제20회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대통령 초상화 공개행사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자신의 초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퇴임을 불과 6일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해 국회 본회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했다. 이로써 70여년 국내 형사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에 '대못'이 박혔다. 문대통령이 국민 여론의 반대에도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등으로 입법폭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주면서 오는 10일 새 정부 출범과 다음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정국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적 293명중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30일 가결된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형사소송법까지 처리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입법이 완료됐다. 문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어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했고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권력기관 제도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날 문대통령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지 3시간반만에 '속전속결'로 국무회의를 소집해 법안을 의결하고 공포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되고 15일 이내 공포하도록 돼있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국무회의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맞춰 연기하며 보조를 맞췄다. 검수완박 법안은 4개월 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검찰 등에서 문대통령의 막판 거부권 행사를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문대통령은 여야가 한차례 합의했던 중재안이고 정의당도 처리에 합류했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권 없이 그대로 공포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대다수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음에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청와대 앞에서 항의시위에 나서며 강력 반발했다. 법안 공포로 이미 두차례나 사의를 표명한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 여부도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차기 정부에 공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대통령으로선 임기말 여당 의원 전원이 제출한 법안에 제동을 걸 경우 당청관계가 파국을 맞게 되는 만큼 이를 되돌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검찰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대통령이 그동안 수차례 검찰의 수사권, 기수권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검수완박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문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등 30여명과 고별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연 정부로 평가되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최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