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의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한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회기 종료로 일방적으로 종결시켰다.
하지만 국회 171석인 거대 민주당이 이처럼 다수 힘을 앞세워 밀어붙인 법안들이 잇따라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검수완박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재갈법과 2년전 통과된 소위 '김여정 하명법' 이 그런 경우다.
민주당은 입법 명분으로 '개혁'을 내세우지만,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권한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헌법적 입법폭거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이 29일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검수완박의 필수 요소인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위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단독 의결한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이런 민주당 폭주에 대해 국제 여론은 싸늘하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작업반은 지난 22일 법무부에 서한을 보내 "부패범죄 등 모든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한을 규정하는 법조항이 일괄 삭제될 것"이라며 "한국의 반부패와 해외 뇌물범죄 수사 및 기소역량을 악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OECD는 특히 민주당이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새 정부 출범 전에 입법을 강행하려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검찰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27개국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그동안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쳐왔다.
자신들의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한 검찰의 수사역량을 무력화하기 위해 교묘히 꾸며낸 '허구 프레임'인 셈이다.
민주당은 작년에도 다수 완력을 내세워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민주 악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다 국제 사회로부터 "비문명국"이라는 오명까지 들었다.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디플로맷은 "한국은 전통의 대형 언론사들을 표적 삼아 '가짜뉴스법'을 이용하는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일 것"이라고 힐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과도한 법제정으로 다수당인 민주당의 신뢰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눈엣가시인 언론의 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려고 했다가 되레 국제 망신을 산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민주당은 2020년12월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호통 한마디에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내 진보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영국 데이비드 올턴 상의원도 '북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의장 자격으로 자국 외교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 물리기법'(gag law)이라고 비꼬았다.
미국 국무부 역시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이 폐쇄적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졸속입법을 밀어붙이다 국제 사회로부터 한번 정도는 따끔한 충고를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2년도 채 안돼 국제 사회로부터 세차례나 호된 질책을 당한 것은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품격과 국민들의 자존심에 심한 먹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그만큼 민주당이 독선과 아집에 빠져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권력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검수완박법안과 언론재갈법, 김여정 하명법은 모두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허물고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뿌리채 뒤흔드는 입법 농단이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국제 사회까지 나서 민주당의 막무가내식 '입법 독재'를 꾸짖겠나.
그런데도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정신이 팔려 비판 여론에 귀를 닫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미국 리더십 전문가 진 립먼 블루먼은 "선택받은 특권층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간혹 모를 때가 있다"며 "더욱이 배타적 성향 때문에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언이나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오만과 착각, 선민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 비판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검수완박법안과 언론재갈법 등 반민주적 악
민주당이 자신들 비리를 보호하고 안위를 도모하기 위해 국민의 뜻에 맞섰다간 결국 민심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에 지금 절실한 덕목은 '기고만장'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칠 줄 아는 '수오지심'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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