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순직군경부모유족회는 29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제3회 '순직의무군경의날' 지정을 위한 추모식을 진행했다. [변덕호 기자] |
'5월 가정의 달'을 이틀 앞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선 먼저 간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떴지만, 이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조차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대한민국 순직군경부모유족회는 이날 오전 제3회 '순직의무군경의날' 행사를 진행했다. 50대 중년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아들 잃은 슬픔을 가진 전국의 부모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자리에 참석한 부모들은 입을 모아 "우리의 슬픔을 위로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떠난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는 뜻"이라며 기념일 지정을 호소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군사망사고 관련 건수는 지난 2019년 86명, 2020년 55명, 지난해에는 103명이다.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 10년 간 군 사망 사고로 목숨을 잃은 장병은 1000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이 부재한 상황이다.
울먹임을 뒤로한 채 단상에 선 박서현 대한민국 순직군경 부모유족회 운영위원장은 "가정의 달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아들 묘역 옆에 가보니 파랗게 새싹이 올라왔더라"며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한 아들이 묘비 옆 새싹처럼 박차고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유년기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들어 올리며 "부모들이 좋자고 기념일 지정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배냇저고리를 입었던) 이 아이가 '우리도 대한민국의 젊은이였다'고 외치는 것"이라며 울먹였다. 추모사를 마친 박 위원장은 단상 아래로 내려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 제3회 '순직의무군경의날' 지정을 위한 추모식에 참석한 국회의원들과 내빈들이 추모 헌화를 했다. [변덕호 기자] |
행사를 주관한 민병덕 의원은 "저는 세 아이가 있다. 그 중 곧 군대 갈 아들도 있다"며 "몇년 째 먼저 간 내 아들이라는 행사 현수막을 볼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여러 선배 의원님들의 수년간의 노력과 법안을 이어받아, 저도 '순직의무군경의 날 지정' 법안을 발의했다"며 "꼭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고민정 의원도 "저도 제 아들이 군대를 가겠구나 생각해보니 (유족들께) 죄송한 마음이 참 많이 든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자식 잃은 슬픔 하나로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쓰인 유족의 편지를 읽었다. 그러면서 "곧 있을 가정의 달 5월이 유가족 분들께 가슴 아픈 5월이고 공휴일일듯하다"며 "상실의 아픔을 함께 하고 또 기억하려면 기념식이 있어야 하고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함께 하겠다"
'순직의무 군경의날 제정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김영호 의원이 지난 2020년 6월 30일 법률안을 처음 발의했으며, 이어 민병덕 의원이 2021년 11월 12일 발의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12월 14일 대표로 발의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