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심야 열병식 이야기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정치부 외교안보팀 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김 기자, 이번 열병식에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가 총망라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어떤 무기가 가장 위협적인가요?
【 기자 】
가장 눈에 띄는 건 '화성-17형'입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 '괴물 ICBM'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시청자 여러분 지금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 17형'이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강대한 조선이 나아갑니다. 위대한 인민이 나아갑니다."
북한은 지난달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며 영화 같은 영상까지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당시 우리 군은 '화성-15형' 즉 구형 미사일을 쐈다면서 발사 실패로 분석했습니다.
화성-17형을 공개한 건 우리 군 당국의 평가절하를 우회적으로 반박하고 의심을 일축하려 한 의도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 북한은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을 소개하면서 '지난 3월 24일' 발사된 ICBM이라고 날짜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공개한 화성-17형을 다음 달 10일 새정부 취임 전후 시험발사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 질문 2 】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은 성능이 개량됐다면서요?
【 기자 】
사진을 보며 직접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1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SLBM에 비해 길이가 길고 탄두 부분이 커진 것이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사거리를 늘리고 여러 개 탄두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성능 개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잠수함에서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미니 SLBM'도 탄두부가 더 뾰족해졌는데요.
이처럼 기존 SLBM의 성능을 개량해 사거리를 다양화하면서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올해 1월 북한이 개발 1년 만에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 미사일 두 종류와 신형 대전차 차량 등도 등장했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 무기도 무기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에 등장한 '근본 이익'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근본 이익을 침해하면 핵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를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 기자 】
이번 연설에서 '근본 이익'이라는 단어가 반복됐습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핵무력을 전쟁을 억지하려는 수단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이 발언은 공격이 아닌 방어 목적을 위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번 발언으로 핵무력을 사용하는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비군사적인 상황, 예를 들면 대북 제재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상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북한의 핵 위협이 더 노골화됐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에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개입하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질문 4 】
이번에 공개된 사진 중 눈길을 끄는 게 부인 리설주 여사입니다. 열병식에 등장한 건 오랜만이죠?
【 기자 】
네, 부인 리설주가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낸 건 4년 만입니다.
하얀 옷을 입고김 위원장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하고 주석단에 자리잡으면서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이달 달 초 대남 비난 담화를 내놓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열병식 녹화 중계 등을 통해서 추가로 모습이 포착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 질문 5 】
김정은 위원장의 복장도 다른 때와는 좀 다르던데요?
【 기자 】
김 위원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일반 인민복이 아닌 원수 계급장을 단 흰색 '군복'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공식 자리에서 원수복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의 보면 인민복이나 일반 양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김일성 주석이 1953년 7월 휴전협정 직후에 평양 전승 열병식에서 흰색 원수복을 입은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할아버지를 연상하게 하는 통치술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 질문 6 】
군 창건일 대규모 열병식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미국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어떤 메시지를 내놨나요?
【 기자 】
미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도발 때마다 밝혀온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미 국방부는 김 위원장이 '핵 선제타격'을 시사한 발언에 대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미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다루기 위해 동맹과 긴밀히 협력하는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다만 북한의 도발에 대처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멘트 】
신형 무기 대거 공개에, 김 위원장의 핵 선제타격 가능성 발언까지 앞으로 북한 대화 재개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MBN뉴스 김지영 [gutjy@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