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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이충우 기자] |
한쪽에선 대통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동조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국회 설득에 나서라"고 주문한 점을 부각시켜 검수완박 속도조절에 방점을 찍었다.
행간을 읽고 분석하는게 업의 본질인 언론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제각각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건 드문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면 청자(聽者)가 아니라 화자(話者)탓으로 보는게 합리적이다.
한마디로 검수완박에 대한 대통령 화법이 그만큼 애매모호했다고 볼수 밖에 없다.
실제로 청와대가 공개한 면담내용을 보면 대통령이 검수완박을 지지한다는건지, 아니면 잘못됐으니 멈추라는건지 당최 종잡기 힘들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그렇기에 (검수완박)법제화와 제도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만 보면 검찰 수사 공정성에 문제가 있으니 검수완박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동시에 "검찰총장이 (국회에)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누가봐도 검찰한테 민주당을 상대로 검수완박의 부당함을 알리는 노력을 끝까지 경주하라고 격려하는것처럼 들린다.
사표를 던진뒤에야 대통령을 만날수 있었던 검찰총장이 알맹이는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원칙적이고 당위론적인 공자님 말씀을 기대한건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검수완박'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니 민주당과 검찰이 서로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수 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이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을때 명확한 의사표현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비근한 예로 2년전 권력형 비리 수사를 놓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조국·추미애 전법무장관이 정면 충돌했을때도 그랬다.
당시 대통령은 "장관은 장관이 할일을 하고, 검찰은 검찰이 할일을 하면 된다"며 방관자적인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정리를 안해주니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간 갈등이 극에 달했고, 수사지휘권을 박탈 당한 검찰총장은 식물총장이 됐다.
이같은 비상식에 분노한 윤 당선인이 정치판에 뛰어들었고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불리할땐 입을 닫고 결정을 미루는 대통령의 책임 회피가 정권교체로 이어진것이다.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글귀를 새긴 명패를 올려놓고 업무를 본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자리다.'
검수완박에 대해 장삼이사들이 원하는건 간단명료하다.
대통령이 신속하게 가르마를 타줘 민생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소모적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를 바란다.
검수완박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면 그런 의사를 민주당에 전달해야 한다.
반대로 검수완박을 지지한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밝혀야 한다.
다만 기존에 속도조절론을 설파했던 입장에서 왜 생각이 바뀐건지에 대해선 국민이 납득할수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2년전 대통령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이 국회문턱을 넘자 "검찰개혁이 완성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해 3월엔 검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수렴 필요성을 강조, 급진적인 검수완박에 브레이크를 걸었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게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때 '검찰 공정성'을 걸고 넘어졌는데 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5년내내 검찰개혁(?) 미명하에 친정권 검사들을 요직에 배치해 검찰을 정권의 충견으로 만든게 이정부다.
이래놓고선 검찰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 운운하는건 유체이탈이자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다.
또 대통령은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했다.
판단의 잣대가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거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검수완박을 지지해야할지, 아니면 반대해야할지에 대한 답은 이미 명확하게 나와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지지층을 제외하면 수사공백에 따른 국민 피해와 위헌소지까지 큰 엉터리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지지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론조사만 봐도 과반수가 넘는 국민들이 검수완박 법안에 'NO’라고 외쳤다.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될일이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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