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로 다가온 북한 김일성 생일 110주년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에서는 대규모 열병식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죠.
오늘<평양돋보기>에서는 열병식 뒷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외교안보팀 강영호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1 】
북한의 열병식을 보면 폭죽쇼에 드론, 무도회, 각종 무기 전시까지 화려하게 열리는데, 올해도 열병식 준비가 한창인 것 같아요?
【 답변1 】
지난 2017년 태양절 열병식에 15만 명이 모였는데 이번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니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김일성 광장은 벌써부터 인파로 꽉 찼고 카드섹션 글자까지 보일 정도로 준비에 분주합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제 성과는 전무한 상황이고 국방력 강화 쪽에만 성과가 있기 때문에 핵 무력, 극초음속미사일 포함한 첨단 무기들, 최신 장비들을 보여주는…."
【 질문2 】
북한 경제가 어려운데 돈도 꽤 많이 들 것 같아요. 대략 어느 정도로 들까요?
【 답변2 】
열병식을 하게 되면 최대 2조 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사실 이건 오늘날의 화려한 열병식이 그렇고, 초창기에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김일성 집권 초기 열병식은 광복절 기념행사로 진행됐습니다.
1960년대 들어선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김일성 유일 체제가 확립되며 내부결속을 위한 행사가 불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 답변2-1 】
오늘날과 같은 형태는 김정일 집권 이후부터입니다.
김정일이 영화광이라 정사각형 모양의 사열 방식과 행사 순서까지 직접 지시하며 열병식을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든 겁니다.
▶ 인터뷰 :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 "(김정일은) '우리 체제가 일사불란하다' '오와 열이 맞다'라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걸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요. 도보부대 혹은 기계화부대의 순서까지도 다 정해요."
김정은 시대에는 더 화려하게 진화해 서방세계 행사를 많이 닮아간 모습이 됐습니다.
【 질문3 】
근데 우리가 북한에서 공개하는 열병식 영상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요.
그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단 말이죠?
【 답변3 】
군인은 1만 명 정도 통상 열병식에 참가하는데, 참가 자격부터 혹독한 선발 과정을 거칩니다.
본인은 물론 가족, 친지까지 신원검증은 기본이고 외모도 중요 요인입니다.
키가 너무 작거나 커서도 안 되고 팔다리 길이나 눈썹의 위치 등 세심한 체형까지 고려 대상입니다.
그래야 같은 옷을 입고 섰을 때 일정한 간격, 단추 높이까지 맞춰진다는 겁니다.
매달 신체검사를 통해 몸 상태에 문제가 없어야만 최종 열병식에 설 자격이 주어집니다.
【 질문4 】
연습 과정이 엄청 고되다면서요? 열병식 연습하면서 하반신 마비를 겪는 일도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 답변4 】
실제 열병식 연습에 참가했던 장교 출신 탈북민을 만나봤는데요.
1년 전부터 연습에 들어가 평일엔 12시간 이상, 주말엔 8시간가량 연습이 진행됩니다.
짐작하셨듯 참가자들은 식사는 물론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딱딱한 신발을 신은 채 다리를 높게 드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하반신에 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 인터뷰 : 김정아 / 탈북장교(열병식 훈련 참가자)
- "쉬는 날이었는데 그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침대에서 떨어졌거든요. 훈련을 하다가 안 하면서 신경들이 갑자기 주저앉으면서 이게 신경통으로 넘어온대요."
【 질문5 】
왜 이렇게까지 힘든데 열병식을 하려고 하는 건가요?
【 답변5 】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이른바 '1호 행사' 참가자에겐 진급은 물론 사회생활에서 각종 특전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고향에 돌아와서도 환대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하고요.
하지만, 사람인 만큼 열병식 현장에서 실수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불명예제대를 당하거나 기록이 남아 각종 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 앵커멘트 】
열병식 뒷얘기를 보니 당장 모레 열리는 열병식을 좀 더 집중해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잘 들었습니다.
[ nathaniel@mbn.co.kr ]
영상취재 : 이권열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
그래픽 : 백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