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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구·경북(TK) 지역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12일) 오후 2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입니다. 악연에 가까웠던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구원(舊怨)이 풀릴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달성 사저에 입주한 날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윤 당선인 측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되며 사건을 지휘했습니다.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당시 여권의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 등 여론을 조작한 혐의에 대한 수사였습니다. 이는 수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의 정통성을 부정할 수 있어 검찰로서는 부담이 큰 수사였습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면충돌하며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그해 국정감사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화제를 모으며 일약 ‘전국구 검사’가 됐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지방을 전전하며 한직을 맴돌았습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 계기가 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을 맡게 됩니다. 국정농단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중형을 이끌어냈습니다. 자신을 좌천시킨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며,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까지 직행했습니다. 이는 전임 문무일 총장에서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를 건너뛴 파격 발탁이었는데, 이른바 ‘적폐 청산’을 내세운 특수수사의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총장 임명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지휘하며 문재인 정부와 정면 충돌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조치를 취하며 윤 당선인의 자진사퇴를 압박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4일 전격 사의를 표하며 검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7월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구속수사를 지휘한 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에 대선후보로 입당하게 된 것입니다. 입당 당시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강성 보수층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향후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윤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보수 지지층 일각의 강한 반감이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정서적으로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이후 보수의 근거지인 대구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사실상의 정치행보를 개시했습니다. 만일 유 예비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수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윤 당선인 측도 사저 방문을 묵은 감정을 풀어낼 관계 개선의 분기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한편, 이날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오는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해줄 것을 직접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취임식에 전직 대통령 초청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