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리놉스키 장례식에 등장한 푸틴과 핵가방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가는 경호원 모습 [사진 = 러시아 매체 이스트투웨스트 캡처] |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모스크바의 구세주예수성당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헌화하는 푸틴 대통령의 뒤로 가방을 든 채 서있는 군 관계자 추정 요원의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는데 해외 매체들은 이 가방이 원격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 가방'이라고 분석했다.
'체게트(Cheget)'라고 불리는 이 가방은 핵무기가 탑재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버튼과 핵공격 암호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함과 동시에, 실제 핵무기를 사용해야할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명령한 지 사흘 만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를 명령하기도 했다.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전과를 올리지 못해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황을 극복하기 위해 핵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의 책사 격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 명예회장도 최근 영국 주간지 뉴스테이츠맨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실 대변인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지리놉스키 당수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모든 추모객들이 장례식장인 구세주예수성당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선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 외부인 접촉을 극도로 꺼려왔다"며 "암살 시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기차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이날 공격에 대량 살상 무기인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새끼 폭탄 수백 개가 들어있어 넓은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로, 미사일 잔해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라는 러시아어 문구가 적혀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격 당시 기차역 주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없었다면서 "그들이 저지르는 '악'에는 한계가 없다.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행한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주민들의 대량 탈출을 막고서 이들을 자국군 병력 주둔지 방어를 위한 '인간 방패'로 삼으려 했다"며 주장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