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임기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셀 때는 당선 직후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듯 자신감이 넘치는 시기다. 윤석열 당선인도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용산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편성 등의 이슈를 주도하면서 당장에 성과를 낼 것 같은 결기를 보이고 있다.
의욕이 넘치는 윤 당선인과 달리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는 낮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55%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에 '잘 할 것'이라는 응답이 55%를 넘지 않고 있다. 역대 당선인들이 직무 수행에서 통상 70~80%의 긍정 전망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낮은 것이다. 20대 대선에서 여야로 첨예하게 갈려진 민심이 윤 당선인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해도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기는 힘들다. 172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정부 출범 이후 몇 개월과 국정 운영에 협조했던 '허니문 기간'이 없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야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일각에서 벌써부터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윤 당선인의 측근 인사들의 행동은 오만과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거취 등에 대해 경솔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정치적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금이 위기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때 한 인터뷰에서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내 기반도 취약하고 고정적인 지지층도 약하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어느 정도 국정 수행 능력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국민이 윤 당선인에게 바라는 최우선 과제는 소통과 통합이다. 느닷없는 용산 집무실 이전 추진
[윤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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