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강북 시민, 출근 늦어도 이해를"...이준석 "이재명에 말해라"

‘전장연 시위’ 정치권 공방으로 연장
이준석 “3·4호선 서민주거지역 마비 목적”
고민정 “대꾸할 가치도 없이 저급하다”

↑ (왼쪽부터)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놓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 의원은 “(강북 시민들의) 출근이 조금 늦어도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시위를 옹호했고, 이 대표는 “이재명 시장에게 말씀하세요”라며 지난 나흘 동안 10차례 이상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28일)도 결국 (시위를) 한다고 한다”며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계획 관련 포스트를 공유했습니다. 포스터에는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 못 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지속하는 이유는 결국 하루에 14만 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켜서 X자 노선인 3, 4호선 상하행선을 모두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며 “결국 불편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4호선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 은평 서대문 등의 서민주거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고 의원은 오늘(28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향해 “저급하다”고 질타했습니다. 이 대표가 3·4호선에 해당하는 지역을 ‘서민주거지역’이라고 표현하자 “굳이 서민주거지역이라고 쓴 저급한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 대꾸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며 지적에 나선 것입니다.

고 의원은 “서울시에 있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에 부탁 말씀을 드린다”며 “4호선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 은평 서대문 등에 살고 계신 분들의 출근이 조금 늦어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절규와 호소가 담긴 시간으로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교육받고 싶고, 이동하고 싶고, 이웃과 함께 동네에서 살고 싶은 ‘보통의 일상’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눈물이라 생각해 달라”며 “시민들의 출근길 어려움이 길어지지 않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같은 날 “고 의원이 고민하다가 전장연이 지하철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볼모 삼는 것을 옹호하는 것 같다”며 “이재명 시장에게 말씀하세요.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즉각 응수했습니다.

아울러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등장한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는 이 상임고문이 지난 2016년 11월 장애인 콜택시 요금인상을 반대하는 장애인단체 대표를 청사에서 내보내라고 지시하는 내용의 영상 및 보도내용입니다. 해당 영상에서 이 상임고문은 “청 내 질서가 왜 이 모양이야”라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대해 ‘비문명적’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전 서울시장)이 있을 때는 말하지 않던 것을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당선인에게 요구하고 불법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관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앞줄 오른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다만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이동권 예산 보장을 위한 시위 현장에 참여해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습니다.

인수위는 이번 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당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원내로 질문을 부탁드린다”며 “장애인의 교통 편의나, 이동권 관련한 당선인의 말씀이 인수위에서 어떻게 좀 더 구체화할지는 별도로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24차례 벌여왔습니다. 이날은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