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무산됐다. 공공기관 인사 등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정권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될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문득 작년 12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면서 후임 총리인 올라프 숄츠와 나눴던 아름다운 대화가 기억난다. 메르켈은 보수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 소속이고, 숄츠는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 소속이다.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한국에서는 영영 불가능해 보인다.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은 총리 관저에서 숄츠와 조촐한 모임을 가진다. 메르켈은 먼저 "축하합니다. 올라프 총리님"이라고 운을 떼고는 총리의 의무에 대해 말한다. "나는 내 경험을 통해 총리로 선출돼 이 집무실로 들어오는 게 감동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흥미롭고, 성취감을 주는 의무이며, 도전적인 의무입니다. 그러나 기쁨으로 그 의무를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이 나라를 책임지는 가장 아름다운 의무일 것입니다."
숄츠의 화답은 '협치'와 민주주의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당신이 이 나라의 총리로 있는 동안 큰일을 했습니다. 우리가 대처해야 할 몇 가지 큰 위기들이 있었고, 그중 일부는 함께 헤쳐나갔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항상 신뢰할 수 있는 협업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강하고 능력 있는 민주주의, 다시 말해 민주주의자들 사이에 많은 합의와 협력이 있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은 오랫동안 연정 파트너였기에 이런 대화가 가능했다고,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숄츠 신임 총리는 메르켈 총리 정부에서 재무 장관을 지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런 식으로 사이가 틀어질 거라면, 독일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은 연정 중에 수도 없이 사이가 틀어졌을 것이다. 연정은 붕괴됐을 것이다. 독일은 그런 일이 없었다. 숄츠가 말했듯이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갔으며, 협력을 통해 의견 일치를 이뤄냈다. 메르켈과 숄츠의 대화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꽃을 들고 총리 관저를 떠나는 메르켈을 숄츠가 배웅하며 나란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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