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억3000만원을 웃도는 무궁화대훈장을 수여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끄럽다.
당장 "도대체 한게 뭐가 있다고 훈장을 받느냐""대통령이 훈장을 셀프수여하는게 말이 되나" "배우자는 왜 주나"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이같은 일방적인 비난에 청와대가 억울할만도 하다.
상훈법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무조건 무궁화대훈장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등 앞선 11명의 대통령 모두 12종류 51개 훈장중 제일 급이 높은 무궁화대훈장을 다 받았다.
이처럼 법이 그렇게 돼있기때문에 문 대통령의 훈장수여를 문제 삼을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건 문 대통령이 평소 밝힌 소신과 앞뒤가 안맞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식날 문 대통령은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다""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겠다"고도 했다.
취임사대로 대통령은 '이전 정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미명하에 5년 임기내내 적폐청산에 몰두했다.
국론 분열과 국민간 갈등만 키운 소모적인 건국절 논란도 그 중 하나다.
대통령은 이승만 정권이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는 점을 부정했다.
대신 1919년 4월 3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해왔다.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1948년을 건국일로 정한 헌법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고집하면서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까지 부정한 것이다.
그런데 "법을 따랐을뿐"이라는 청와대가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근거로 제시한 상훈법은 이승만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은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정권교체기때마다 대통령의 '훈장 셀프수여' 논란이 큰 상훈법 관행은 그대로 따르겠다는것이다.
자가당착이자 위선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권교체기에 차기정권이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새 진용을 짤수 있도록 임기말 정권이 공공기관·공기업 인사권을 자제하는 관행을 깨뜨린게 문정권이다.
문대통령 스스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악습 근절을 약속했으면서도, 5월 9일 임기 만료때까지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차기정권에 대한 배려는 없다.
이처럼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것 같은 관행은 무시하면서, 이익이 되는 상훈 관행은 받아들이는 이중적 행태는 몰염치한 것이다.
관행마저도 불리하면 거부하고 이익이 되면 받아들이는 체리피킹을 하는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수 밖에 없다.
또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자것까지 합쳐 값비싼 훈장을 받는것도 대통령이 수시로 강조해온 '공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영국, 일본 등도 최고 훈장이 있지만 대통령에게 다 주지 않는다. 퇴임후 공적이 있어야만 받도록 돼 있다.
개당 제작비만 6823만원으로. 대통령과 배우자것을 다 합쳐 1억3647만원에 달하는 무궁화 대훈장 가격도 과도하다.
금 190돈에다 은·자수정·루비 등 다양한 보석을 주렁주렁 매달아 제작한다는데 과유불급이다.
굳이 대통령에게 상징적으로 수여하겠다면 적당한 가격선에서 하면 된다.
국민들이 존경하는 독립유공자 안중근 의사 등에게 수여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 제작비(172만)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궁화대훈장을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무조건 수여하는 시대착오적인 관행을 끊을때가 됐다.
이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5년마다 셀프수여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 코미디를 사전에 차단할수 있다.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안받으면 법을 무시하는것이여서 "어쩔수 없이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식의 청와대 항변은 억지스럽다.
대통령이 정중히 수여를 거부한다고 해서 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되레 1억을 훌쩍 넘어서는 초호
하루새 코로나 확진자가 50만명씩 쏟아지는 암울한 시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취임사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문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 수여를 사양하는 첫 대통령이 되는 용기라도 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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