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인데요.
일단 양측은 연기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신-구 권력 충돌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부 신재우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 1 】
오늘 회동 무산 이유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 기자 】
청와대는 이번 회동과 관련해 대통령과 당선인 간의 인수인계를 위한 인사 성격에 무게를 뒀습니다.
국정 경험을 공유하며 덕담을 건네고, 혹시 윤 당선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한다면 자연스럽게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에 윤 당선인 측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취임식 전에 사면 문제나 공공기관 인사 문제 등에 대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매듭을 짓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다보니 의제 설정에서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됐고 결국 회동 연기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 질문 2 】
그렇다고 해서 온 국민 앞에서 발표한 회동까지 연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 기자 】
일단은 청와대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회동을 앞두고 윤 당선인 측 인사들이 이명박-김경수 사면 거래설을 거론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 인터뷰 : 권성동 / 국민의힘 의원 (어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안 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마 (김경수 전 지사와) 같이 사면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또 방금 들으신 것처럼 당선인 측이 계속 이 전 대통령 사면 요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여권에서도 "줄줄이 회동 조건을 달고 마치 압박하는 모습은 대단한 결례" "법과 원칙을 허무는 점령군처럼 명령하는 목소리가 매일 들린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됐습니다.
한국은행 총재 등 공공기관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신경전은 팽팽했습니다.
▶ 인터뷰 : 권영세 / 인수위 부위원장 (어제, MBN 종합뉴스)
- "소위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스스로 잘 거취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만나봤자 웃으며 헤어질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 같습니다.
【 질문 3 】
신구 권력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요?
【 기자 】
특히 정권교체기에 이런 양상이 두드러지는데요.
지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은 고위직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원 인사 자제요청을 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감사위원과 중앙선관위원 임명을 강행하며 충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정부조직개편안'과 '대통령 기록물'을 두고 갈등이 표면화 됐는데요.
이명박 인수위가 추진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인수위는 기존 정책이나 당선자의 공약에 찬반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고 반대했었습니다.
또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대통령기록물을 넘기면서 일부 매뉴얼을 제외하고 서류함과 컴퓨터를 비워 다툼이 난적이 있었습니다.
【 질문 4 】
그렇다면 이번 회동이 다시 성사될 수 있을까요
【 기자 】
당선인 측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장제원 비서실장은 "계속 협의를 해나가겠다"면서도 "무산이 아니라 연기"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일단 양측이 회동 취소 사유를 서로 공개하지 않는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서로의 감정이 악화된 만큼 다시 회동이 잡히더라도 형식적인 만남이 될 가능성은 좀 더 커졌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신재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