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미사일 시험 발사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북한에서는 스포츠 등 내부 결속을 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최근에는 엘리트 체육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체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하는데,<평양돋보기>임성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코로나로 중단됐던 백두산상 체육대회가 다시 열렸다고요?
【 기자 】
네, 북한은 지난달부터 한 달 동안 자체 체육 대회를 열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다시 대회를 연 건데요.
평양시와 삼지연시 등에서 축구·농구뿐 아니라 동계 종목인 빙상호케이, 즉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지난달 4일)
- "높은 집단주의 정신과 조직력·단결력·고상한 도덕 품성을 발휘하며 온 나라에 체육 열풍을 고조시키는 데 적극 이바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질문1-1 】
아이스하키 경기를 왜 빙상 호케이라고 하네요. 호케이는 무슨 뜻인가요?
【 기자 】
하키의 러시아어 발음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질문2 】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은데, 정작 얼마 전 폐막한 베이징 올림픽은 참가하지 못했죠?
【 기자 】
네, 북한은 코로나를 이유로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무단 불참했다가 자격정지를 당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도 참가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축전과 구두 친서를 보냈는데요.
대신, 중국과 러시아 등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좋은 기량을 보인 쇼트트랙 등 종목을 녹화 중계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자격 정지 이후를 염두에 둔 듯 체육 부문에서의 성과도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데요.
올해 초, 북한 체육성 고위 관계자는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당 전원회의 논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체육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습니다.
【 질문3 】
체제 선전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 때문이겠죠. 그래서 메달을 따는 북한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 같은데, 굉장한 영웅 대접을 받겠어요?
【 기자 】
네, 북한은 매년 스포츠 분야 10대 최우수 선수와 감독을 선정해 영웅 대접을 하는데요.
지난 1990년대 초반 귀순한 북한 전 유도 국가대표 이창수 선수를 만나봤습니다.
이 선수는 북한 소속으로 국제대회 메달만 17개를 따낸 '유도 영웅'입니다.
▶ 인터뷰 : 이창수 / 북한 전 유도 국가대표
- "공훈 체육인 칭호 받고, 노동훈장 받았거든요. 명절 되면 집에 (선물을) 갖다줘요. 노동당 당원이고 아닌 것하고 차이가 커요. 공훈 체육인들 당원 아닌 사람들 다 당에 받아줬어요."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우승자 정성옥 선수의 사례도 흥미로운데요.
'고난의 행군'을 극복한 상징이 돼, 사망 교통사고를 낸 정 선수의 아버지에 대한 처벌이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질문4 】
그런데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소위 '비판 대상'으로 몰리기도 한다고요?
【 기자 】
바로, 국제대회에서 남한에 패배했을 경우입니다.
이창수 선수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정훈 선수에게 패해 은메달을 땄는데요.
이미 대단한 성적이지만, 되려 귀순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 인터뷰 : 이창수 / 북한 유도 전 국가대표
- "(스스로) 비판을 하래요. 나는 열심히 해서 은메달 따고 왔는데…. 밑에서 막 웃는 사람들이 있어요. 버스를 탔죠. 삼진 탄광 가더라고요. 정신 차리라고 데리고 왔다는 거예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는 북한이 스벤-고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감독에게 조 추첨 조작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 질문5 】
'엘리트 체육' 말고, '레저', 즉 북한 주민들이 즐기는 '생활 체육'도 궁금합니다.
【 기자 】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을 탄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죠.
지난주에는 평양에서 전문가뿐 아니라 애호가, 그러니까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승마 대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평양 대동강변에서는 주민들이 '조깅'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전해집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에서 생활 체육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요. 정치적 통제 강화에 따른 긴장 완화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물론, 평양 등에 거주하는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