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후보의 팬덤이 급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당내 역학 구도가 이 후보를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이재명계 의원들은 '문파'의 재림이 돼선 안된다며 경계하고 있다.
15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민주당에 새롭게 입당을 신청한 인원은 약 11만 명이다. 민주당은 이 중 대부분이 매달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 가입 신청자라고 밝혔다. 대선 패배 이후 이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재명 비대위원장' '이재명 당대표'론 등을 내걸며 이 후보 중심의 당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맞물린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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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의 글이 다수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
그러나 이 후보가 대선에서 석패한 후 이 후보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급속도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재명을 지키자" 등의 게시글들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의 변화를 매우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쉬쉬하고 있지만 곧 이어질 당내외 선거에서 구세력과 신세력이 맞붙을텐데 당원게시판은 그 전초전 성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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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후보를 친칠라와 닮았다고 비교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 |
이 같은 현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급속도로 확산됐던 과거와 유사하다. 문파가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유입된 시초로 꼽히는 시기도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간발이 차이로 패배한 이후다. '문재인을 지키자'며 당원 가입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이후 문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부침이 있을 때마다 이들의 결집력은 강화됐다. 온라인을 통한 당원 가입이 가능해진 2015년 말도 대거 유입이 이뤄진 시기다.
문파는 2017년 대선 승리 후 지도부 선출을 포함한 당내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론 주도층으로 자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2020년 총선과 전당대회까지 '친문'을 표방한 인사들이 공천과 당내 선거서 승승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재보궐선거 참패 후 임시 전당대회서 비주류 송영길 대표의 선출,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의 선출 등으로 변화의 신호가 생겼고 이제는 '친명' 지지자들의 유입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려는 의원들의 움직임들도 보인다. 김두관 의원은 이 후보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윤호중 사퇴, 이재명 비대위원장 체제'를 연이틀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원장 퇴진을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한 3선 의원은 "이 후보도 부담스러워하고 현실성도 없는 이재명 비대위론을 재차 주장하는 건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추후 당내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당내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정권교체론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가로막았던 것이 문파들의 강한 입김이었는데 이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팬덤 정치의 시작이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 다선 의원은 "문자가 몇천개는 왔다"며 "'이것도 민주주의로 보는 게 맞나'하는 회의가 든다. 소수의 팬덤에 의해 당의 의사결정이 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도 사실 그런 거에
이재명계 7인회 중 한 의원도 "이재명만 바라보면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례)처럼 비판에 무디게 하고 무조건 '이재명을 지키자', '이재명이 한 모든 건 잘했다'고 가버릴 수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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