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경고에 불구하고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5일 정찰위성이라며 쏜 발사체가 신형 ICBM인 화성-17형이라는 정보 분석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탄두분리 등 성능시험을 마친 북한이 조만간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동향과 관련해 "당장 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 때처럼 평양 순안비행장으로 이동하는 병력과 이동식발사 차량(TEL)을 포착했다고 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15일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 12일 순안비행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새로운 콘크리트 토대가 설치된 것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포착된 구조물은 TEL에서 미사일을 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토대 2개이다. 콘크리트 토대는 지반이 약한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 미사일 궤도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ICBM 발사의 가장 큰 변수는 기상이다. 북한은 통상 최상의 기상 조건인 맑은 날 미사일을 발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양 지역은 15~16일엔 한때 구름이 많이 끼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신형 ICBM은 2020년 10월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7형이다. 최대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의 ICBM발사가 임박하자 미국은 각종 정찰 자산을 한반도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미 공군의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리벳 조인트)가 서해와 수도권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고 한다. 미 해군 P-8 초계기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상공을 정찰 비행했고 미 공군 특수정찰기 RS-135S(코브라볼)도 동해 상공에 출격했다고 한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7일부터 한반도 주변의 정찰·감시와 탄도미사일 대비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나오든 'ICBM 완성'이란 전략적 목표를 향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를 복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2018년 4월 선언한 핵·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폐기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ICBM 발사나 핵실험을 하게 되면 미국이 설정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넘어서게 된다.
북한의 의도는 뻔하다.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ICBM와 핵무기에 집착하면서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바이든 행정부도 초강경 노선으로 대북 정책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재무부는 이미 북한의 ICBM 발사 정황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닥
[윤상환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