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받는 여성, 불합리에 맞설 수 없어"
↑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 모습 / 사진=연합뉴스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김잔디(가명) 씨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옹호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 14일 국회 앞에서 찐여성주권행동 주최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오늘(15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씨는 기고문을 통해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이 필요하느냐"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씨는 "나는 피부에 직접 와닿는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바란다"며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면서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도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 이런 사실을 축소하려는 의도인지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은 지난 2020년 치러졌던 재보선에 대해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 사진=연합뉴스 |
김 씨는 "야당은 이를 반영해 이번 대선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놓았다. (그런데)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가부 안팎과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민주당 정부와는 달리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규정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교육 영상을 배포해 논란을 일으켰다"며 "새 정부는 '위계'와 '모호한 공사 구분'이 잠재적 가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에는 특별히 남자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지만 여자라는 단어는 두 번 강조된다. 그만큼 여성을 따로 새장에 가두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는 객체'로서의 여성은 사회의 불합리함에 맞서 싸울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이번 대선 결과인 48.5와 47.8이라는 숫자를 '우리 사회의 끔찍한 분열 양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마중물'로 바라보고 싶다"며 "남녀의 구별이 아닌 생애주기별로 직면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새 정부는 국민과 활발한 소통을 하며 해결해나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 사진=예스24 홈페이지 캡처 |
한편, 김 씨는 지난 1월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출간했습니다. 김 씨는 이 책을 통해 김 씨가 입었던 피해 내용과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전 서울시장 사망 후 이어진 2차 가해와 그로 인한 상처 극복 과정 등을 풀어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