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책임…과거 후보들과 상반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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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전 경기지사. /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24만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역할을 두고 고심에 빠졌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책임론보다 역할론이 더 강하게 제기되며 정치활동을 조기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3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비대위’ 출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재명 추대 서명운동을 개시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당의 간판으로 있는 한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전 지사의 대선 득표율 47.83%와 관련해 민주당을 향한 지지가 아닌 “윤석열에 대한 반대이자 이재명에 대한 지지”라며 “이 열기를 당의 혁신과 지선 승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광재 의원은 지난 11일 이 전 지사의 6월 지방선거 역할론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전 지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고 아직 (젊은) 나이도 있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손혜원 전 의원도 같은 날 “추대로 비대위원장이 되시면 될 것 같다”며 “비대위원장이 되시면 비대위원에 초재선 의원들로 가득 채워 새로운 에너지로 심기일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당내 이 전 지사를 호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에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시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 속에서도 역대 최소 득표차(0.73%포인트)로 석패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아울러 석 달 뒤 전국단위 선거인 지방선거를 앞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던 상황에서 이 전 지사가 선거 전면에 나서야 지방선거에서도 승산이 생길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국민의힘에 ‘풀뿌리 권력’까지 모조리 내준다면 민주당으로선 암울한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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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대위 해단식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 / 사진=연합뉴스 |
이 전 지사는 “혹시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부디 이재명의 부족함만을 탓해달라”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자세를 낮추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당대표 추대, 서울시장 출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전 지사를 향한 부름이 이어진다면 빠른 시일 내 정치행보를 재개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당 구심점 역할을 한 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서는 정치적 경로가 거론됩니다. 그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중앙정치 경험을 채울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2015년에 당 대표로 선출돼 당 장악력을 다졌습니다. 뒤이어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문재인 모델’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편, 역대 낙선한 후보들의 경우 대선 패배에 책임을 안고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1992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도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뒤 미국행을 결정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