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3일 후보 단일화를 발표하면서 "단절과 부정이 아닌 계승과 발전의 역사를 써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적폐 청산은 퇴행적 국정운영"이라는 말도 했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5년간 상대를 적폐로 규정해 부정하고 단절하려고 하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를 목도했다. 더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이 되지도 않았다. 우리 편이 옳다는 독선만 강해졌다. 여당은 전통을 깨고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국회의원 선거의 룰인 선거법은 제1 야당의 반대는 아랑곳 않고 범여권 단독으로 개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은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김대중 정부가 첫 민주 정부"라며 지금 야당의 뿌리인 김영삼 정부는 민주 정부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굳이 상대 편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인하는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 이후의 보수 대통령 2명은 모두 현 정권에서 감옥에 갇혔다. 결국 문 대통령에게 민주 정부는 민주당 정부를 뜻하는 것인가. 민주당을 지지 않는 50% 국민에게는 독선과 오만으로 비칠 일이다. 현 정권에서 적폐로 규정 당했다는 느낌을 갖는 국민들 중에는 복수의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있다. 정권이 교체돼 복수를 해주기를 바라는 이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국민 분열이 가중됐다.
이 와중에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적폐청산·단절·부정'을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반가운 일이다.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꼭 지켜야 할 약속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은 민주주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우리 편만 민주 정부'라는 사고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독선과 독주 오만으로 가는 길을 낸다. 지난 5년이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현 정부 5년을 부정하고 단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 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집권했다. 2년 전 총선에서는 압승했다. 비록 그 압승이 정권의 오만을 부추겼다고 하나 당시 선거에서 민심의 지지를 얻은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선거 승리로 집권을 시작하고 5년을 이어간 정부를 부정하고 단절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가 아니다. 5년 전과 2년 전 선거로 확인된 동료 시민의 선택을 부인하는 게 된다.
정답은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밝힌 발표문에 나와 있다. "전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은 계속해서 추진할 것입니다. 국정이 이념의 포로가 되고, 정치가 진영의 인질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 정부에서 잘한 일은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옳은 얘기다.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나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 개혁 신문고'는 원칙적으로 좋은 정책이다.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반면 잘못된 정책은 당연히 뜯어 고쳐야 한다. 앞 정권이 한 일을 그냥 이어받는 건 계승이 아니다. 그건 답습이다. 진정한 계승은 잘 한 건 이어받고 못한 건 고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권교체는 응당 그래야 한다. 현 정권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임대차 3법을 제정해 집값과 임대료를 올리는 잘못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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