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사진 = 공동취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 30조 원 중 일부만 써도 북핵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7일 경북 포항 유세 현장에서 "우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이면 그 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윤 후보의 발언은 북한의 8번째 미사일 실험을 규탄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윤 후보는 "오늘 아침 이북에서 쐈나요? 핵 탑재 가능한 미사일 실험을 금년 들어서 벌써 8번째 하고 있다"며 "이런 도발을 하고 있는데 종전선언을 외치면서 북에 아부하고 김정은의 심기만 잘 살피면 우리 안보가 잘 지켜지고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냐"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수십 만의 젊은 청년들이 왜 고생하면서 휴전선과 국경선을 지키고 있나"라며 "우리가 힘을 가져야 우리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라고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성인지 감수성 예산 30조를 떼내자'였습니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8일 강원 강릉시 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8일 페이스북에서 이러한 윤 후보의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심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에 이어 여성을 공격하는 또 하나의 망언이 아닐 수 없다"며 "성인지 예산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을 의미한다. 작년 성인지 예산의 전체 규모는 38개 정부 부처의 304개 사업 모두 포함해서 34조 9,311억 원이었습니다. 작년 여성가족부 예산은 1.2조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비단 여성가족부뿐 아니라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심지어는 국방부에도 성인지 예산은 배분되고 있다"며 "윤 후보의 말대로라면 국방부의 성인지 예산도 거둬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막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예산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이 일부 커뮤니티에서나 돌아다니는 잘못된 사실관계와 논리를 여과 없이 차용해 반여성 캠페인에 몰두하는 후보가 과연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윤 후보는 당장 잘못된 사실을 정정하고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사진 = 공동취재 |
민주당은 윤 후보의 '성인지 감수성 예산 30조' 발언이 국민을 상대로 혐오를 조장하고 갈라치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의 발언은) 여가부가 1년 성인지 예산으로 국방부 1년 예산과 비슷한 30조 원을 쓴다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인데 이미 가짜뉴스로 판명된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윤 후보가 국가 예산의 개념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백 수석대변인은 "성인지 예산은 여성가족부가 쓰는 예산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 대상이 되는 국가의 사업 예산"이라고 설명하며 "특정 사업에 쓰인 예산도 아니고 애초부터 마음대로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예산의 기본 내역도 모르고 예산까지도 갈라치기에 나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해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막말 유세와 갈라치기를 당장 그만두고 국가예산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라도 하기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추미애 전 장관 또한 윤 후보의 해당 발언을 문제 삼으며 "성인지에 대한 무지가 구제불능 수준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펴낸 '2021 성인지 예산서 작성 매뉴얼'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 편성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혜 받았는지 평가해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즉 실제 집행되는 예산이 아니라 성평등 효과가 있다고 보는 사업을 분류하는 하나의 기준인 겁니다.
실제 2021년 성인지 예산 35조 원 가운데 여성가족부의 성인지 예산은 8800억 원입니다.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 곳은 11조 4000억 원의 보건복지부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9조 4000억 원, 고용노동부 6조 6000억 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비판이 일자 윤 후보 측은 "후보의 발언은 성인지 예산과 부처예산을 혼돈한 것이 아니다"라며 "더욱이 여성가족부가 성인지 주관 부처라는 주장 또한 거짓뉴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을 포함해서 문 정부의 주먹구구식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서 세출구조 조정을 통해 국방 등 필요한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아울러 "2020회계연도 성인지 결산서 상의 성과목표의 달성률은 69.4%로 2019년 72.2% 보다 오히려 감소했다"며 "성인지 예산 중 필요한 부처사업은 증액하고,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감액하고, 불명확한 사업은 재조정하여 성인지 향상에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