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5일) TV토론에서 강한 어조로 한판 붙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6일 모두 '최대 표밭'인 수도권을 누비며 지지 호소에 나섰다.
이 후보는 경기 김포·파주·고양·의정부 등을 경기 북부권을 돌았고, 윤 후보는 인천과 서울 목동, 신도림역 일대, 홍대, 은평 응암역 등 서울·수도권의 서부권역을 공략했다. 그 와중에서도 양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세게 맞붙었던 안보 관련 이슈를 꺼내들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드라이브 인(Drive-In) 유세를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파주 평화누리주차장에 모여있다. [성승훈 기자]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자신의 '안방격'인 경기 북부권을 찾았다. 특히 북한과 접경 지역인 만큼 안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경기 김포·파주·고양·의정부 표밭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안보를 제대로 지킬 안보 안심 대통령"이라며 접경지 표심을 적극 공략했다. 김포 유세에서는 "세계 최강의 미국이 우리와 안보 동맹을 맺고 있어서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면서도 "문제는 지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선제타격론을 꺼내든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윤 후보가 전날 TV토론회에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유사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3·1절인데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할 수 있느냐"며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더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3월 1일이 얼마나 남았다고… 저는 고(故) 유관순 선생께 미안해서 그런 말을 못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 26일 인천 검단 먹자골목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어퍼컷’ 세레모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국민의힘>
이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이례적인 수준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이미 윤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도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얘기나 똑같은 것"이라고 이 후보를 겨냥해 날선 발언을 했던 바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윤석열 후보가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어제 사드3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은 가정적인 사항이니까 지금은 그런 이야기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러나 그걸 안한다고 우리가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라고 했다"고 설명했고, 이어 일본 관련 발언이 나온 배경을 설명하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면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 데 대해 윤 후보가 "유사시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건 아니다)"이라고 한 것 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권 본부장은 "이는 설령 한미일 동맹을 하더라도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얘기"라면서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측이 윤 후보가 '한반도에 일본군이 진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덮어씌우기 식 술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가 마치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이 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처럼 왜곡하여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패색 짙어진 이재명 후보의 조작 선동이자 추악한 정치 공작"이라면서 "중국을 대국으로 칭송하며 중국몽을 추앙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를 자극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해 국제 망신을 산 무능 후보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이날 이 후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맞춤형 유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동차 극장처럼 지지자들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이 후보의 유세 연설을 들은 것이다. 드라이브 인(Drive-In) 유세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입한 방식이다. 파주 유세에는 주최 측 추산 차량 800여대가 왔다. 지지자들은 경적이나 라이트를 켜며 이 후보의 유세에 적극 호응했다. 이날 이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보)' 공약을 발표하며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취업용 건강진단 결과서 발급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돌보·가사노동자도 포함한 발급비용 무료화 △발급 지정병원 확대 및 온라인 발급시스템 도입 △산모·아이·가사돌보미 등 검진과목 표준화를 공약했다.
윤 후보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어 윤 후보와 합동유세를 지난 몇일간 다니지 않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인천 연수에서 함께 유세단상에 올라갔다. 특유의 '어퍼컷' 세레모니를 하며 자신감있는 모습도 보였다. 또 전날 페이스북에 '24시간 영업, 방역패스 완전 철폐, 코로나 손해 실질적 보상'이라는 글을 올렸던 것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공약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전 국민의 96%가 백신접종을 했음에도 확진자가 폭증하여 백신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방역패스의 당위성이 상실되어가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은 수년째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가며 코로나 방역에 협조해 왔다. 다른 나라들은 일상의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대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과 같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24시간 자유롭게 영업을 하게 해야 하고, 이번 추경에서 통과된 방역지원금 300만원은 '불충분'하다면서 "대통령이 된다면 기존 정부안과 별개로 600만원을 추가해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포 = 성승훈 기자 / 박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