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나 주변 이웃이 예상치 못한 불행과 슬픔에 처했을 때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다.
하물며 주권자인 국민이 크나큰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다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권이 해야 할 책무와 역할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상하리만치 국민의 아픔과 시름에 무관심한 듯 하다.
현 정권은 출범 초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웠지만 진정으로 소통과 공감 의지가 있는지 의심될 정도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 아들이 지난 23일 참았던 울분을 터트렸다.
아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해 "8년동안 충성을 다하며 봉사했던 아버지 죽음 앞에 어떠한 조문이나 애도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들은 특히 "지난해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버지 발인 날이었다"며 " 그날 이 후보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나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였다. 80대 친할머니가 TV를 통해 이 모습을 보고 오열하고 가슴을 쳤다"고 분개했다.
아들은 그러면서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마주 앉아 식사하는 사진, 호주로 함께 출장간 사진, 김 전 처장이 "오늘 시장님과 골프까지 쳤다"며 딸에게 보낸 영상 등을 공개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의 자금과 집행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을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이 후보가 자신과 함께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골프 라운딩까지 한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설령 이 후보 주장처럼 김 전 처장과 아무런 친분이 없다고 해도,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는 것은 당시 상급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런데 이 후보가 따뜻한 위로는 건네지 못할망정 산타클로스 영상을 찍으면서 춤까지 춘 것은 아무리 대선 성탄절 행사용이라고 해도 주변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이 뒤늦게 김씨 유족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응어리진 마음을 풀기 바란다"고 했지만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 정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는 이뿐 만이 아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 미래경제위원장인 이광재 의원과 부산시당 위원장인 박재호 의원은 지난 13일 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가졌다.
여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당 험지이자 전략지인 부산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의원 등은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처신은 선거운동을 소홀히 한 것보다, 코로나19로 불안과 절망에 빠진 민심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하루 10만명 넘게 쏟아져 방역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가 미래를 설계하고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 안녕과 발전을 책임진다는 여당 의원들이 한가롭게 골프를 친 것은 국민의 고통과 우려는 전혀 안중에 없는 행태나 다름없다.
지난 2020년7월 전국 물난리 사태 당시 여권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도 같은 연장선이다.
당시 대전에선 물난리가 나 50대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 중 결국 숨졌다.
그런데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당시 열린우리당 대표 등 여권의 '처럼회'의원들은 음식점에서 이 뉴스가 자신들 뒤에 있는 TV로 나오고 있는데도 파안대소를 하며 천연덕스럽게 사진까지 찍다가 구설에 올랐다.
황 의원은 당시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라며 "웃어야 할 순간에 웃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역 안팎에선 "제 정신이냐" "정신 좀 차려라" 등 우려와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같은해 2월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비상시국에 청와대가 '짜파구리 파티'를 열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가진 자리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청와대 참석자들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맛이 좋더냐" "국민이 지금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데 방역 잘된 청와대에서 짜파구리가 넘어가냐" 등 질타가 쏟아졌다.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했던 징키스칸은 "성을 쌓는 자는 망하리라"고 했다.
미국 UC 버클리대 다처 켈트너 교수도 "권력자가 되면 보다 충동적이고,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감능력과 소통 능력도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정권이 지금처럼 국민
하지만 유교 경전인 '대학'에 나온대로, 지도층이 보살펴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해 백성을 섬긴다면 백성들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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