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측 "이준석, 이달 초 安사퇴 전제 합당 제안"…배신자 발언에 '맞불'

“공동정부 아닌 합당 제안”
“이준석, ‘윤석열 측근 조심하라’는 조언도”

↑ (왼쪽부터)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좌초된 가운데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오늘(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월 초 자신에게 비공개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대표가 ‘안 후보를 주저앉히게 하겠다’며 배신행위를 한 국민의당 인사들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규 “李, 먼저 합당 제안…종로 공천 얘기도”

↑ 긴급 기자회견하는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 / 사진=연합뉴스

이 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와 이달 초 비공개로 만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2월 초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합당 제안을 받았다”며 “취지는 (안 후보가) 빨리 사퇴하고 대선 후에 국민의당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회, 조직강화특위, 공천심사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본부장은 “2월 11일 국민의힘 첫 ‘열정열차’ 출발일에 도착역인 여수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 선언을 하는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안 후보가 여기에 응하면 안 후보에게 정치적 기반을 닦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게 안 후보에게 제안하는 내용’이란 (이 대표의) 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안 후보가 종로보궐 선거에 나갈 경우 공천이 가능하고, 지방선거 이후 유리한 지역에 나가는 게 앞으로의 정치 행보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 취지를 단일화 목표를 공동정부가 아닌 합당으로 보았고, 윤 후보가 아닌 자신과 하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측근들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측근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주는데, 그것은 제가 공당의 대표임을 존중해서 그것까지 밝히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배신자’ 발언에 대해 “진심은 뭐냐고 묻고 싶었다”며 “안 후보를 주저앉히겠다고 제안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즉시 밝혀서, 본인 발언이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께 말씀드려라”며 사실이 아닐 경우 정치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이준석 “거간꾼 색출 작업에 도움 드릴 일 없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단일화 물밑 협상 과정 중 안 후보 측에서 배신행위를 한 인사들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발언 이후 양측은 설전을 벌였고, 이 대표는 오후 6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측 인사를 삼국지에서 관우를 배반한 범강과 장달 등에 비유하며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철수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며 “지금 와서 완전 안면몰수하고 안 후보가 저렇게 나오니까 당황한 듯 우리쪽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분들이 있다. 당황할 수 있겠지만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준석 대표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에 등장하는 성격발달 단계 중 ‘항문기(생후 9개월~4세)’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박근혜 키즈로 출발해 정치권에 입문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배설로 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또한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거론하며 “국민의당의 입장표명 요구에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무응답으로 일관했는데 이번에도 입을 닫고 연기만 피워댄다면 ‘양치기 소년’의 꼬리표가 이준석 대표의 ‘아호’가 될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홍 대변인의 논평을 공유한 뒤 “국민의당 논평인데 막말 쩌네요”라며 “이제 와서 국민의당 쪽 거간꾼들 색출 작업에 제가 도움 드릴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꿀 먹은 벙어리라니 장애에 대한 비하가 일상화되어 있다. 사과 좋아하시는데 논평 수정하고 사과하시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