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했다.
대선후보가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는거야 별 뉴스거리가 안되지만 그 후보가 이재명이라면 다르다.
5년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이 후보는 '양심상 두 전직대통령 묘소를 찾을수 없다'고 단언했다. 양심을 거스리면서까지 참배쇼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세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라며 저주의 말까지 퍼부었다.
이처럼 결단코 이들의 묘소를 참배할 일이 없을것같던 이후보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을까.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 입장에서 어떤게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명분을 댔다.
여전히 개인적으론 참배가 탐탁지 않지만 국민 통합차원이라는거다.
중도표심을 노려 보여주기식으로 묘소를 찾았다는 실토나 마찬가지다.
대선이 끝나면 이 후보가 존중하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이들 전직대통령의 묘소를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장소와 상황에 따라 현란하게 말과 행동을 바꿔 진정성을 의심받는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
광주에 가서는 '민주정부 4기'라며 정권재창출을 외치지만 대구에 가면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정권교체를 이야기한다.
광주에선 "박정희 정권이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를 소외시켰다"며 망국적 지역갈등까지 부추기고, 경북·대구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도 인정해야 한다"며 치켜세운다.
광주에 가선 '내란학살 수괴'라며 전두환 비석을 발로 짓밟고, 경북 유세땐 "3저 호황 기회를 살린 대통령"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 후보의 본의가 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할땐 언제고,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를 '검사 나부랭이, 궁예'로 모욕하고, 무속인의 말을 듣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막았다고 헐뜯는다.
"사교집단 신천지가, 비과학적 주술로 국정에 개입하고 국정 농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도 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아니면 말고식 아무말 대잔치다.
윤후보의 '적폐청산'발언에 대해 이후보는 노무현까지 소환해가며 피바람 부는 정치보복 선언으로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후보는 성남시장때인 2017년 페이스북에 '도둑 잡는 게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글을 올려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그 다음해 방송에 출연해서도 "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정치보복이라 하는 것은 적폐세력과 공범자"라며 적폐수사를 당연시했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윤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을 비판하는건 자기부정이다. 내로남불이기도 하다.
탈원전 말바꾸기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지사때인 2020년 10월 당시 이 후보는"원전을 경제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런데 문정권의 탈원전을 계승하지 않겠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탈원전을 반대하는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일것이다.
그래서 탈원전 대신 감원전을 내세웠지만 말장난에 불과하다. 원전을 시한폭탄을 규정하고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속내가 바뀐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후보는"내 신념과 가치가 국민과 어긋나면 과감히 포기하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이 반대하면 철회하겠다던 기본소득을 10대 공약에 그냥 집어넣어버렸다. 말의 앞뒤가 안맞는 행태다.
역시 비판여론탓에 국토보유세도 유보하겠다더니 갑작스레 명칭을 '토지이익배당금'으로 둔갑시켜 추진하겠다고 한다.
'세금'을 '배당금'으로 이름만 바꾼다고해서 토지에 세금을 물린다는 본질이 변하는건 아니다.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고도 했다. 아니다. 경제는 과학이 맞다. 경제가 정치라는건 탈원전 미신을 좇는것 만큼이나 궤변이다.
최근 '조국 사태'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했는데, 2년전만해도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비난했었
조국 비판으로 돌아섰지만 후보 주변에 선대위 부위원장(김용민), 온라인소통단장(김남국), 총괄특보단장(안민석) 등 '조국 수호' 세력은 건재하다.
이 후보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이재명은 바뀐건가 바뀐척하는건가. 이재명의 정체는 무엇인가.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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